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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남의 편인 남편
절친의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을 기념하는 잔칫날, 남편 박지환은 그 친구에게 저택 한 채를 선물했다. 선물을 잘못 가져온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태연했다. "나영이 아이, 내 아이야. 집은 그 보답으로 준 거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물었다. "언제부터였어?" 남편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중요해?" "앞으로도 내 아내는 너야."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면서, 직접 낳을 고생도 없이 엄마가 되는 건데 뭐가 나빠?"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심각한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챕터 (1)
第1章
절친의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을 기념하는 잔칫날, 남편 박지환은 그 친구에게 저택 한 채를 선물했다.
선물을 잘못 가져온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태연했다.
"나영이 아이, 내 아이야. 집은 그 보답으로 준 거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물었다.
"언제부터였어?"
남편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중요해?"
"앞으로도 내 아내는 너야."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면서, 직접 낳을 고생도 없이 엄마가 되는 건데 뭐가 나빠?"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심각한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제1화
절친 신나영도 다가와 미안한 얼굴로 내 팔을 끼었다.
"유진아,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거 알아."
"그래도 넌 아이를 못 낳잖아. 다른 여자가 낳는 것보단 내가 낫지 않겠어?"
"네 건 내 거나 마찬가지라고, 네가 그랬잖아..."
"솔직히 말해 줄까?"
"5년 전 네가 그 말을 한 날 밤부터, 나 지환이랑 만났어..."
나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5년 전, 박지환과 내 결혼식에 신나영은 들러리로 참석했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
당시 빚에 허덕이던 신나영의 빚을 갚아 주려고 나는 결혼할 때 가져온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몇 번이고 거절하길래, 내 것이 곧 네 것이라며 받아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날 밤, 신나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가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곳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나눴던 사랑이 한낱 웃음거리처럼 느껴졌다.
박지환이 돌아왔을 때, 집 안은 이미 엉망이었다.
예상했던 말다툼은 없었다. 박지환은 전에도 수없이 다투고 나면 그랬듯 다가와 나를 품에 안고,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다친 데는 없어? 다 큰 사람이, 아직도 애처럼 이러면 어떡해?"
그러고는 내 귓가에 입까지 맞췄다.
순간 낮에 있었던 일이 전부 악몽이었나 싶었다.
꿈은 끝났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말이 나를 그 악몽 속으로 끌어당겼다.
"요 며칠 밤마다 아이가 보챈대. 도시 북쪽 저택에 가서 나영이랑 아이 곁에 좀 있어 줘야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제일 사랑하는 건 여전히 너야."
"나영이는 그냥 내 아이 엄마일 뿐이야.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 못 받아들이겠으면, 앞으로 넌 남쪽에서, 나영이는 북쪽에서 살면 되잖아.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왜?"
나는 박지환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물었다.
"왜 하필 5년 전, 우리 결혼식 날 그 여자랑 잔 거야?"
박지환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처음엔 그냥 술에 취해서..."
"그러다 알게 됐어. 너희가 아무리 친해도 잠자리에서는 완전히 다르더라고."
"유진아, 넌 너무 몸을 사려..."
"게다가 넌 걸핏하면 토라지잖아. 너랑 싸우고 나면 늘 나영이가 곁에 있어 줬어."
그때가 꽤 좋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박지환과 사귄 지 2년째 되던 해가 떠올랐다. 업무상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박지환은 새벽 5시에도 근처 호텔에서 쉬려 하지 않았다. 굳이 사람을 시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술김에 다른 여자와 엮일까 봐 그랬다고 했다.
평생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나 말고는 어떤 여자와도 엮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내 절친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 생각에 마음이 완전히 식어 버렸다. 우는 것조차 잊었다.
그때 박지환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고객이라는 이름을 보고도 바로 받지 않았다. 대신 내게 말했다.
"됐어, 이제 그만해."
"아직도 분이 안 풀렸으면 쇼핑이나 하고 와. 나영이랑 아이가 기다리잖아."
"아직 어린데 아빠 없이 지내게 할 순 없잖아."
"유진아, 너도 그 아이가 너처럼 되는 건 싫지?"
분노가 치밀어 눈을 부릅떴다.
아빠는 내가 세 살 때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박지환은 일부러 그 상처를 건드렸다.
"박지환... 우리 이혼하자."
그 한마디를 꺼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했다.
그런데 박지환은 그 말을 듣고도 웃었다.
제2화
"이혼?"
"서유진, 아무리 아이한테 질투가 나도 그런 농담은 하는 거 아니야."
"너 올해 서른둘이야. 가족도 없고, 아이도 못 낳잖아."
"나랑 헤어지면 누가 널 받아 주겠어? 갈 데는 있고?"
박지환은 내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얼마나 멍하니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신나영이 방금 SNS에 올린 글이었다.
[우리 아기 아빠, 요리까지 척척 하는 살림꾼이네. 집에 오자마자 부엌부터 갔어.]
사진 속 박지환은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가슴이 또 한 번 세게 쑤셨다.
박지환은 입맛이 까다로웠다. 결혼한 뒤 5년 동안 나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남편의 먹을 것을 챙겼다.
그런데 남편은 내게 흰죽 한 그릇 끓여 준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 부엌일을 모르는 줄 알았다.
이제야 알겠다. 못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다음 날 동이 틀 무렵, 신나영이 도시락통을 들고 찾아왔다.
"유진아, 사과하려고 만두 빚어 왔어. 이제 그만 풀어 주면 안 돼?"
바로 뒤를 따라온 박지환도 거들었다.
"유진아, 이쯤 했으면 넘어가 줘. 나영이가 너 만두 해 주겠다고 어젯밤을 꼬박 새웠어."
'누가 들으면 내가 괜한 생떼라도 부리는 줄 알겠네.'
"참, 지환아. 유진이 주려고 꽃도 주문했어. 차에 있으니까 좀 가져다줄래?"
신나영은 더없이 순진한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박지환이 나가자마자 표정이 바뀌었다.
"서유진, 너 참 뻔뻔하다.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이 집에 붙어 있어?"
"나 같으면 그날 밤으로 나림시를 떠났겠다."
"아이도 못 낳으면서 아내 자리는 꿰차고 싶어?"
"남자한테 버림받은 네 엄마나 너나, 똑같이 천박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엄마를 입에 올려?"
엄마 김혜숙은 살아 계실 때 신나영을 친딸처럼 아끼셨다. 그런 신나영이 이럴 줄은...
내 말에 신나영이 웃었다.
"왜 말하면 안 돼? 네 엄마가 천박했던 건 사실이잖아."
"남편도 없는 여자가 무슨 돈으로 널 키웠겠어? 뒤에서 남들한테 말 못 할 짓이라도 했겠지."
"내 생각엔 더러운 짓을 하도 해서 몹쓸 병에 걸려 죽은 것 같은데. 자궁암이라고 그럴싸하게 둘러댄 거겠지..."
더는 참을 수 없어, 한 대 때려 주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내 손이 닿기도 전에 신나영은 배를 감싸 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마침 꽃을 가져오던 박지환이 그 장면을 봤다.
"지환아..."
신나영은 한없이 가엾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난 그냥 유진이한테 말했어. 우린 친한 친구니까, 원하면 같이 아이를 키워도 된다고."
"그것도 싫으면 아이를 주고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어. 날 미워하지만 않는다면..."
"그런데 날 밀치고는 이런 말까지... 이런 말까지..."
신나영은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뭐라고 했는데?"
박지환은 신나영을 품에 꼭 안은 채 감싸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사생아래. 사생아 따위는 안 키운대..."
"사생아는 오래 못 산다고, 언젠가 불치병에 걸릴 거라고... 아이가 편히 죽지도 못할 거랬어..."
"내가 잘못한 건 알아. 그래도 아이는 죄가 없잖아."
별안간 뺨이 화끈거렸다. 귀에서는 이명이 울렸다.
그제야 박지환이 내 뺨을 때렸다는 걸 알았다. 몸이 옆으로 휘청할 만큼 세게 때린 것이었다.
박지환은 분노를 감추지도 않았다.
"서유진, 네가 이렇게 악독한 여자인 줄은 몰랐어. 어린아이한테까지 이래야겠어?"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해명할 틈도 없었다. 박지환은 나를 움켜잡더니 신나영 앞에 눌러 쓰러뜨렸다.
"지금 당장 나영이한테 사과해!"
버둥거리다 머리가 계단에 부딪혔다. 삽시간에 피가 흘렀지만, 박지환은 보고도 모른 척했다.
결국 신나영이 입을 열었다.
"그만해, 지환아. 우린 사과하러 온 거잖아. 일을 너무 크게 만들진 말자."
신나영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만두가 든 도시락통을 꺼냈다.
"이렇게 하자. 유진이가 이 만두만 다 먹으면, 오늘 일은 서로 없던 일로 하는 거야."
박지환이 내 입에 만두를 쑤셔 넣고 나서야, 신나영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다.
제3화
만두소에는 유리 조각이 잔뜩 들어 있었다.
한 입 삼킬 때마다 수없이 많은 바늘로 목을 찌르는 것 같았다.
나는 고통을 참으며 만두를 뱉어 내고 신나영에게 따졌다.
"만두에 유리 조각을 넣어 놓고, 이게 사과라고?"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본 박지환이 의아한 눈으로 신나영을 돌아봤다.
신나영은 순식간에 눈물을 쏟았다.
그러더니 힘없이 박지환의 품에 몸을 기댔다.
"난 안 그랬어..."
"만두 빚는 것도 지환이가 옆에서 봤는데, 어떻게 유리 조각이 들어 있겠어?"
"유진아, 난 진심으로 사과하러 온 거야. 왜 그런 뻔한 거짓말로 날 모함해?"
"나랑 아기가 죽기라도 해야 용서해 줄 거야?"
신나영의 말 몇 마디에, 박지환은 내 잘못이라고 단정했다.
"유진아, 정말 실망이야..."
"오늘은 무조건 나영이한테 사과해."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지환을 보러 회사에 갔을 때였다. 여비서가 내가 일부러 자기 서류를 더럽혔다며 뒤집어씌웠다.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던 그때, 박지환이 나타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여비서를 해고했다.
그때 박지환은 이렇게 말했다.
"난 내 아내를 무조건 믿어."
하지만 이제 그 믿음은 다른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해?"
나는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을 참으며 외쳤다.
내 태도에 박지환은 더 격해진 듯했다.
박지환은 미친 듯이 내 입에 만두를 밀어 넣었다.
내가 피를 한 모금 토하고 나서야 박지환은 정신이 드는 듯했다.
"유진아, 왜 그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하지만 나는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 박지환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구급차 불러!"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박지환의 걱정 가득한 얼굴이 있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또다시 칼날처럼 꽂혔다.
"나랑 나영이 원망하는 건 알아."
"그래도 나영이한테 뒤집어씌우겠다고 네 몸을 해치면 안 되지."
입을 열어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유리 조각에 성대를 다친 건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걸 알아차린 박지환은 곧바로 일어나 의사를 찾으러 나갔다.
그러자 신나영이 내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왜 목소리가 안 나오는지 알아? 내가 만두에 약을 탔거든."
"넌 말도 못 하잖아. 지환이는 믿어 주지도 않을 거고."
"서유진, 넌 그 천박한 네 엄마랑 똑같아. 태생부터 천한 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 신나영을 밀쳤다.
신나영은 내게 의기양양한 웃음을 보이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두 다리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병실로 돌아오던 박지환이 하필 그 장면을 봤다.
박지환은 곧바로 신나영을 안아 들고 병실을 나갔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사납게 내뱉었다.
"나영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의사는 신나영에게 출산 후 외상으로 인한 이차성 대량 출혈이 생겼다고 했다.
박지환은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렸다.
"너희가 얼마나 친한 사이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악독하게 굴어?"
"서유진, 이 악독한 여자..."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밀며 퍼붓는 욕설에, 마지막 남은 마음마저 식어 버렸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생각 다 했어요. 최대한 빨리 사람을 보내 저 좀 데려가 주세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의사가 뛰어와 신나영에게 수혈이 필요한데 병원에 혈액이 부족하다고 했다.
"저 여자 피를 뽑아!"
박지환은 망설이지 않았다.
바늘이 혈관을 파고들었다. 피가 끊임없이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절망에 잠겨 박지환을 바라봤지만, 돌아온 말은 차갑기만 했다.
"다 네가 나영이한테 갚아야 할 빚이야..."
몇 통이나 뽑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것만 느껴졌다.
그러고는 쓰레기처럼 병실에 버려졌다.
나는 휴대폰에 저장해 둔 박지환의 무정자증 진단서를 찾아, 마지막 힘을 다해 전송 버튼을 눌렀다.
'박지환, 이게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