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답인 줄 알았던 주식, 댓글은 빚더미라고 경고한다

GoodNovel 완결

동생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회사 지분 30%를 내 명의로 넘기겠다고 했다. [누나, 그동안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잖아. 이제 회사도 자리를 잡았고 돈도 벌기 시작했으니까, 누나한테 내 지분 30%를 넘기려고 해.] 나는 뜻밖의 말에 얼떨떨한 마음으로 동생의 회사까지 달려갔다. 회사에 도착하자, 서류에는 이미 서명할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펜을 집으려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서명하지 마! 이건 지분 양도가 아니라 채무 연대 보증이야!] [그 회사는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사인하는 순간 넌 연대 보증 책임을 지게 되고, 62억 원의 빚을 전부 떠안게 돼!] [네 집, 예금, 심지어 네 딸의 집까지 강제집행을 당하게 될 거야!] 나는 펜을 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동생이 웃으면서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누나, 뭐 보고 있어? 사인하고 나면 나한테 맛있는 거 사줘야 해!” 동생의 손이 내 손에 닿는 순간, 머릿속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누나는 평생 너무 고생만 했어. 이혼하고 혼자 애까지 키우고 있으니까 진작 뭔가 해주고 싶었어.] [다음 분기 배당금만 해도 적어도 2천만 원은 나올 거야. 그러면 누나도 대출금 갚는 데 좀 보탤 수 있겠지.]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고, 이제 우리 둘밖에 없잖아. 내가 누나한테 잘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잘하겠어.] 나는 펜을 쥔 손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챕터 (1)

第1章

동생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회사 지분 30%를 내 명의로 넘기겠다고 했다. [누나, 그동안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잖아. 이제 회사도 자리를 잡았고 돈도 벌기 시작했으니까, 누나한테 내 지분 30%를 넘기려고 해.] 나는 뜻밖의 말에 얼떨떨한 마음으로 동생의 회사까지 달려갔다. 회사에 도착하자, 서류에는 이미 서명할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펜을 집으려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서명하지 마! 이건 지분 양도가 아니라 채무 연대 보증이야!] [그 회사는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사인하는 순간 넌 연대 보증 책임을 지게 되고, 62억 원의 빚을 전부 떠안게 돼!] [네 집, 예금, 심지어 네 딸의 집까지 강제집행을 당하게 될 거야!] 나는 펜을 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동생이 웃으면서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누나, 뭐 보고 있어? 사인하고 나면 나한테 맛있는 거 사줘야 해!” 동생의 손이 내 손에 닿는 순간, 머릿속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누나는 평생 너무 고생만 했어. 이혼하고 혼자 애까지 키우고 있으니까 진작 뭔가 해주고 싶었어.] [다음 분기 배당금만 해도 적어도 2천만 원은 나올 거야. 그러면 누나도 대출금 갚는 데 좀 보탤 수 있겠지.]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고, 이제 우리 둘밖에 없잖아. 내가 누나한테 잘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잘하겠어.] 나는 펜을 쥔 손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제1화 남동생 임연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마트에서 딸에게 먹일 요구르트를 고르고 있었다. [누나, 그동안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잖아. 이제 회사도 자리를 잡았고 돈도 벌기 시작했으니까, 누나한테 내 지분 30%를 넘기려고 해.] 나는 마트의 냉장 진열대 앞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라고?” [내 지분 30%를 누나한테 넘긴다고. 서류는 이미 변호사한테 다 준비해놨으니까 와서 사인만 하면 돼.] 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남은 건 나와 남동생 임연준뿐이었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임연준이 회사를 차리고 힘들게 버티던 몇 년 동안, 나는 이혼 후 어렵게 모은 돈을 전부 동생에게 빌려줬고, 그 때문에 딸 해연이의 학원도 한 학기 쉬게 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임연준이 회사를 일으켜 세웠고, 나한테 보답하려는 모양이었다. ‘역시, 내가 동생을 괜히 챙긴 게 아니었어.’ 나는 요구르트를 내려놓고 곧장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임연준이 직접 입구까지 나와서 나를 맞았다. 웃으면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사무실로 데려갔다. “앉아. 서류는 다 준비해 놓았어.” 책상 위에는 두툼한 지분 양도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검은색 펜 한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내가 펜을 들고 서명할 페이지를 펼치려는 순간, 눈앞에 갑자기 몇 줄의 새빨간 글자가 떠올랐다. [서명하지 마! 이건 지분 양도가 아니라 채무 연대 보증이야!] [그 회사는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사인하는 순간 넌 연대 보증 책임을 지게 되고, 62억의 빚을 전부 떠안게 돼!] [네 집, 예금, 심지어 네 딸의 집까지 강제집행을 당하게 될 거야!] 내 손은 그대로 굳었다. 펜촉은 종이에서 불과 1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있었다. 그런데도 눈앞의 붉은 글자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네 동생은 사채까지 끌어다 썼어. 채권자들이 다음 주면 찾아올 거야. 그래서 대신 뒤집어쓸 사람이 필요한 거라고!] [네가 서명하는 순간부터 네 동생은 모든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돼!] [정신 차려! 저 사람은 지금 너한테 보답하는 게 아니라 널 함정에 빠뜨리고 있는 거야!]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다. 하지만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핏빛처럼 붉은 문장들이 선명하게 눈앞에 떠서 한 줄씩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누나, 뭐 봐?” 임연준의 목소리가 나를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 임연준은 웃으면서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사인하고 나면 나한테 맛있는 거 사줘야 해!” 그런데 임연준의 손이 내 손등에 닿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는 평생 너무 고생만 했어. 이혼하고 혼자 애까지 키우고 있으니까 진작 뭔가 해주고 싶었어.] [다음 분기 배당금만 해도 적어도 2천만 원은 나올 거야. 그러면 누나도 대출금 갚는 데 좀 보탤 수 있겠지.]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고, 이제 우리 둘밖에 없잖아. 내가 누나한테 잘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잘하겠어.] 따뜻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였다.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서는 여전히 붉은 경고문이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나를 걱정하는 동생의 진심, 다른 한쪽에는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있었다.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나는 펜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서류가 너무 두껍네. 조항부터 좀 읽어보고 사인할게.” 임연준의 표정은 자연스러웠다. “그래. 천천히 봐. 급할 거 없어.” 임연준은 내게 차까지 한 잔 따라주더니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만졌다. 정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넘겼다. 물론 실제로는 빽빽하게 적힌 법률 용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저 경고가 정말 사실이라면...’ 그런데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까지도 거짓일 수 있을까? 몇 장을 넘기던 중, 내 시선이 어느 한 문장에서 멈췄다. [양수인은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회사의 기존 채무에 대하여 지분 비율에 따른 연대 변제 책임을 부담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연대 변제 책임?’ 회사가 정말 아무런 빚도 없다면 그저 형식적인 조항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빚이 있다면... “연준아.” 내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 연대 변제 책임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야?” 임연준이 다가와서 한 번 보더니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건 그냥 표준 조항이야. 지분 양도 계약서에는 다 들어가는 내용이야. 우리 회사는 빚도 없으니까, 그건 있어 봤자 아무 의미도 없어.” 말투에는 조금의 당황스러움도 없었다. 나는 임연준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불안한 기색이 있는지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임연준의 시선은 당당했고, 오히려 괜한 걱정을 한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 경고는 정말 환각일지도 몰라.’ 나는 다시 펜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눈앞의 붉은 글자들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사인하면 죽어!!] 나는 손이 떨려서 결국 펜을 다시 내려놓았다. 제2화 “누나, 도대체 왜 그래?” 임연준은 내가 몇 번이나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는 모습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황급히 핑계를 댔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해연이 학원 끝날 시간이 다 됐어. 내가 데리러 가야 할 것 같아.” “서류는 일단 집에 가져가서 좀 보고, 내일 다시 와서 사인하면 안 될까?” 임연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 나를 못 믿는 거야?” 그 한마디가 가슴을 콕 찔렀다. “그런 게 아니라...” “누나, 내 말 좀 들어봐.” 임연준은 의자를 끌어다 내 옆에 앉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누나가 혼자 해연이 키우느라 얼마나 힘든지 나도 알아. 그래서 무슨 결정 하나 내릴 때도 항상 조심하는 것도 알고.” “그래도 나는 누나 동생이잖아. 내가 누나를 어떻게 해치겠어?” 임연준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누나 혼자 모든 걸 짊어졌잖아.” “그때 누나는 겨우 19살이었어. 남들 다 대학 다니고 연애할 나이에 누나는 공장에서 일했어.” “그동안 누나가 나한테 빌려준 돈, 나는 계속 기억하고 있어. 안 갚으려는 게 아니야. 더 많이 주고 싶은 거야.” “이 30% 지분은 내가 지금 누나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야. 받아두면 앞으로 분기마다 배당금도 나올 거야. 그러면 누나랑 해연이도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잖아.” 코끝이 찡해지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내 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직접 키우다시피 한 동생이었다. 그런 임연준이 나를 해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펜을 들었다. 그 순간, 눈앞에서 붉은 글자들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속지 마! 연기하고 있는 거야!] [사인하면 끝이야!] 하지만 동시에 내 손이 서류 가장자리에 닿으면서, 손끝이 책상 위에 놓인 임연준의 손을 스쳤다. 그 순간 임연준의 마음속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누나가 내가 준비한 깜짝선물을 알면 분명 울겠지.] [사인이 끝나면 바로 데리고 가야겠다. 해연이 학교 근처에 있는 집으로. 계약금도 내가 이미 냈고, 명의는 누나 앞으로 해놨어.] [누나는 평생 너무 고생만 했어. 이제부터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 ‘집? 연준이가 나를 위해 집까지 준비했다고?’ 내 손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이었다. 글자들은 임연준이 나를 해친다고 했지만, 속마음에는 온통 나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뿐이었다. ‘사람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까지 거짓말일 수는 없잖아.’ 나는 이를 악물고 펜을 서명란으로 가져갔다. 바로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임연준의 비서가 고개를 내밀었다. “대표님, 아래에 택배가 왔는데, 누나분 이름으로 되어 있어요. 본인이 받으셔야 한대요.” 임연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웃으면서 나를 봤다. “누나, 같이 내려가서 받자.” 나는 임연준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커다란 상자 하나가 있었고, 겉면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임연준이 직접 상자를 열어보라고 했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새 주방 가전제품 세트가 들어 있었다. 전부 새것이었다. 얼마 전 내가 SNS에 무심코 올렸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집에 쓰던 오븐이 고장 났다며. 그냥 하나 샀어.” 임연준의 말투는 마치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온 것처럼 가벼웠다. 나는 그 가전제품들을 바라봤다. 가슴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큰했다. 내가 SNS에 아무 생각 없이 올린 말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동생이... 나를 해칠 리가 있나?’ 눈앞의 글자가 틀린 것 같았다. 분명 내가 너무 지쳐서 이상한 걸 본 것이다.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고, 나는 앉아서 펜을 들었다. 이번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펜촉이 서류에 닿으려는 순간, 뭔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책상 모서리에 놓인 임연준의 휴대폰이었다. 화면이 위를 향한 상태였는데, 마침 화면이 밝아졌다. 발신자 이름은 ‘형진 형’이었다. 메시지 미리보기에는 몇 마디만 떠 있었다. [누나는 사인했어? 형님이 계속 재촉하는데...] 메시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 펜은 그대로 종이 위에 멈췄고, 작은 잉크 방울이 번졌다. 나는 이미 꺼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장이 다시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제3화 나는 결국 사인하지 않았다. “나 갑자기 좀 어지러워. 저혈당인가 봐.” 나는 펜을 내려놓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잠깐 쉬었다가 사인할게.” 임연준이 바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꿀물 타 줄까?” “괜찮아, 너 먼저 일 봐. 나는 여기서 조금만 쉬고 있을게.” 임연준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 쉬고 있어. 나는 옆 사무실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 올게.” “5분이면 돼.” 임연준은 사무실을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발소리가 멀어지자, 나는 곧바로 책상 위에 놓인 임연준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은 잠겨 있었다. 나는 임연준의 생일을 입력했다. 틀렸다. 부모님의 기일을 입력해 봤다. 역시 틀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생일을 입력했다. 그러자 잠금이 풀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손가락을 재빨리 움직여서 SNS를 열었다. 그리고 아까 봤던 형진 형과의 대화방을 찾았다. 가장 최근 메시지 전체 내용은 이랬다. [누나 사인했어? 형님이 엄청 재촉해. 늦어도 오늘 안에는 끝내라고 했어.] 그 아래에 임연준의 답장이 있었다. [거의 다 됐어. 누나가 서류 보고 있어. 곧 사인할 거야.] 나는 위로 스크롤했다. [집 쪽은 내가 이미 준비해 놓았어. 누나가 사인하면 데리고 가서 한번 보여줘.]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내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집...’ 임연준이 마음속으로 말했던 바로 그 집이었다. [사인하면 데리고 가서 한번 보여줘.] ‘이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미끼였던 걸까? 아니면 정말로 나를 위해 준비한 집인 걸까?’ 나는 계속해서 대화 내용을 위로 올렸다. 조금이라도 더 단서를 찾고 싶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SNS 화면을 닫았다. 휴대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고 다시 관자놀이를 누르는 자세를 취했다. 임연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컵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거 마셔. 프런트에 부탁해서 바로 타달라고 했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컵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방금 본 대화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 “누나, 좀 괜찮아졌어?” 임연준이 맞은편에 앉으면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졌어.” “그럼... 계속할까?” 임연준이 서류를 내 앞으로 밀었다. 나는 서류를 바라봤다가 다시 임연준을 바라봤다. 임연준의 표정은 태연했다. 눈빛은 온화했고, 입가에는 기대 섞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 동생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직접 키워온 아이였다. 처음으로 나를 ‘누나’라고 불렀던 때가 아직도 생생했다. 고작 8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그 작은 아이가...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펜을 들었다. “그래, 사인하자.” 그런데 막 펜이 서류에 닿는 순간, 내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한 통이었다. 발신자는 은행이었다. [XX 은행. 고객님께 안내해 드립니다. 고객님 명의로 등록된 XX로 XX 번지 부동산이 사법상 압류 사전조회 대상에 등록되었습니다. 문의 사항은...]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사법상 압류? 사전 조회? 내 집?’ 나는 아직 사인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집이 왜 압류 대상이 된 거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미 내 개인정보를 이 회사와 연결해 뒀다는 뜻이었다. 아직 내가 계약서에 사인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 준비를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연준을 바라봤다. 임연준은 고개를 숙이고 자기 휴대폰을 보고 있어서, 내 표정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재빨리 문자 화면을 닫고,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니야, 이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어.’ ‘요즘 은행을 사칭하는 문자도 얼마나 많은데. 지난달에도 내가 10억 원에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어.’ 그러니 문자 하나만 보고 임연준이 나를 해치려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길 수도 없었다. “연준아.” 나는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은행 문자를 받았는데, 내 집이 사법 압류 대상에 등록됐다는 거야. 무슨 일인지 알아?” 나는 임연준의 반응을 살폈다. 임연준이 고개를 들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압류? 문자 좀 보여줘.” 나는 휴대폰을 건넸다. 임연준은 문자 내용을 2초쯤 확인하더니 씩 웃었다. “누나, 이거 사기 문자야.” “여기 발신 번호 봐. 은행 공식 번호도 아니잖아. 요즘 사기 문자 엄청 많이 오는데, 이런 건 그냥 무시하면 돼.” 나는 휴대폰을 돌려받아 발신 번호를 자세히 봤다. 확실히 은행 공식 번호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휴대폰 번호였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사기 문자였어.’ “깜짝 놀랐네.” 나는 웃으면서 다시 펜을 들었다. 임연준도 웃었다. “누나는 진짜 걱정이 많아. 자, 이제 사인하자. 사인하고 나면 내가 누나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펜촉을 다시 서명란으로 향했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점 하나를 깨달았다. 임연준은 그 문자를 고작 2초 정도밖에 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 수 있었을까?’ ‘어떻게 단 2초 만에 그게 은행의 공식 번호가 아니라는 걸 확신한 거지?’ 제4화 내 손에 들린 펜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어쩌면 임연준이 은행 번호를 잘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아니면 사기 문자를 자주 받아봐서 한눈에 알아본 걸 수도 있었다. 나는 속으로 몇 번이고 가능성을 따져봤다. “누나?” 임연준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왜 또 사인을 안 해?” 임연준의 목소리에는 아주 희미하게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손이 좀 떨려서.” 나는 애써 웃었다. 바로 그때, 나는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임연준을 한 번 더 시험해 보기로 했다. “연준아,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너희 회사 지금 소송 같은 건 없어? 인터넷에서 너희 회사 이름을 본 것 같아서.” 임연준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있지.” 임연준은 아주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거래처 하나가 우리한테 물품 대금을 안 줘서 우리가 소송을 걸었어. 아직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야.” “그거 하나뿐이야?” “그래. 누나가 불안하면 법원 문서를 가져다 보여줄 수도 있어.” 임연준은 정말로 컴퓨터를 켜더니 몇 번 키보드를 두드리고는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법원 수리 통지서가 떠 있었다. 원고는 임연준의 회사, 피고는 한 건축자재 공급업체였다. 사건명은 매매계약 분쟁이었다. 청구 금액은 1억 8,000만 원이었다. 임연준의 회사가 원고였다. 다른 사람이 임연준에게 돈을 빚진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빚진 게 아니었다. 나는 그 서류를 바라보며 다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눈앞의 경고가 사실이라면, 회사가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면 당연히 피고로 소송이 걸린 사건이 여러 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임연준이 보여준 사건에서는 오히려 임연준의 회사가 원고였다. ‘설마... 정말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친동생을 의심하고 있었던 걸까?’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만약 지금까지 모든 게 내 의심병 때문이었다면, 오늘 내가 보인 행동이 임연준에게 얼마나 서운하게 느껴졌을까? 임연준은 진심으로 나에게 지분을 주려는데, 나는 계속 동생이 나를 해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었다니. “누나.” 임연준이 조용히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나한테 말해. 무슨 일이든 내가 도와줄게.” 임연준의 눈빛은 진지했고, 걱정스러워 보였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심했다. ‘더는 망설일 수 없어.’ ‘눈앞의 경고문은 환각이고, 속마음이 진짜야.’ ‘내 동생은 나를 해치지 않아.’ 나는 펜을 들고 서명 페이지를 펼쳤다. 첫 글자의 첫 획을 막 그으려는 순간, 문득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연준을 바라보았다. 임연준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누나, 다 썼어?” 나는 임연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30년 동안 봐온 얼굴이었다. 글자들과 속마음,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 순간, 나는 마침내 답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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