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선택

GoodNovel 완결

고승훈과 결혼한 지 5년째 되던 해, 그가 호텔에 숨겨 두었던 여자가 세상에 폭로됐다. 그 여자가 ‘불륜녀’라는 오명을 쓰지 않게 하려고, 고승훈은 이혼 합의서를 들고 나를 찾아와서 말했다. “김 선생님은 예전에 나를 도와주신 분이야.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승아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터졌는데, 내가 외면할 수는 없잖아.” 그동안 김승아는 언제나 고승훈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전생에서 이 말을 듣고 무너져 내린 나는, 고함을 치며 끝까지 이혼을 거부했다. 결국 나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김승아가 무심하게 내뱉은 한마디 때문에, 고승훈은 내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언니는 아픈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 자기를 붙잡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여긴 고승훈은, 나를 외도한 것처럼 꾸민 함정에 빠뜨린 뒤 곧바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결국 자신을 알아봐 준 은혜 하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망한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

챕터 (1)

第1章

고승훈과 결혼한 지 5년째 되던 해, 그가 호텔에 숨겨 두었던 여자가 세상에 폭로됐다. 그 여자가 ‘불륜녀’라는 오명을 쓰지 않게 하려고, 고승훈은 이혼 합의서를 들고 나를 찾아와서 말했다. “김 선생님은 예전에 나를 도와주신 분이야.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승아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터졌는데, 내가 외면할 수는 없잖아.” 그동안 김승아는 언제나 고승훈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전생에서 이 말을 듣고 무너져 내린 나는, 고함을 치며 끝까지 이혼을 거부했다. 결국 나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김승아가 무심하게 내뱉은 한마디 때문에, 고승훈은 내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언니는 아픈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 자기를 붙잡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여긴 고승훈은, 나를 외도한 것처럼 꾸민 함정에 빠뜨린 뒤 곧바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결국 자신을 알아봐 준 은혜 하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망한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 제1화 “아정아, 이 일만 지나가고 난 뒤에 다시 결혼하자.” 별장 정원의 돌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던 내 앞에 고승훈이 김승아를 데리고 나타났다. 불과 3시간 전에 김승아가 고승훈의 내연녀가 아니냐는 보도가 터졌다. 순식간에 인터넷에서는 김승아의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나와 고승훈의 행복한 사랑에 끼어든 상간녀이자 불륜녀라고 욕했다. 애처가였던 고승훈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세한그룹의 주가마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생에 고승훈이 이혼 합의서를 들고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너무 원통한 나머지 그가 나를 위해 정원에 키운 장미를 전부 뽑아 버렸다. 그리고 미친 듯이 김승아와의 관계를 따져 물었다. 은인의 딸일 뿐이라면, 분명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고승훈은 굳이 나를 희생시키는 길을 택했다. 단지 김승아의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걸 막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승훈은 몰랐다. 그 광기가 인터넷을 뒤덮었던 바로 그때, 나 역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정아.” 고승훈이 다시 나를 불렀고, 멍하니 있던 나를 현실로 끌어냈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식탁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바라보았다.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고승훈은, 깊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따뜻한 손바닥으로 내 손을 감쌌다. 말투에는 나를 달래려는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냥 나를 위해서 한 번만 이혼해주면 안 될까?” “우리가 외부에 발표하자. 사실 우리 결혼 생활은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상태였고, 1년 전부터 이혼을 생각했지만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했다고.”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흰 원피스를 입고 고승훈의 뒤에 서 있던 김승아는 어깨에 고승훈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가는 벌겋게 되어 있었다. “언니, 제발 나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도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우울증으로 자살하셨어요. 나는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걷고 싶지 않아요. 언니,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말을 마친 김승아가 무릎을 꿇으려는 찰나, 재빠르게 일어난 고승훈이 그녀를 붙잡으면서 능숙하게 품 안에 감쌌다. 고승훈은 굳은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나무랐다. “뭐 하는 거야?” 김승아는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가녀린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나... 나는 그저 언니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해서요.” 잔뜩 찌푸린 고승훈의 미간에는 곧바로 짜증이 어렸다. 고승훈이 다시 나를 바라보았을 때, 아까의 다정함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나는 너와 상의하러 온 게 아니야.” “이 일은 이미 결정했어. 네가 이혼하기 싫다면, 나를 원망하지 마...” 내가 담담하게 눈을 들어서 고승훈의 시선과 마주치자, 그의 다음 말이 뚝 끊어졌다. 하지만 나는 고승훈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고 있었다. “내 수단이 어떤지는 너도 알잖아. 네가 순순히 서명하게 만들 방법이 수천 가지나 있어.” “굳이 소송 이혼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세한그룹의 변호사들을 이길 수 없어.” 이것이 전생의 고승훈의 실제 말이었다. 그 후 나는 몇몇 남자 모델들과 잠자리를 갖도록 만든 함정에 빠졌고, 명백하게 조작된 불륜 증거가 만들어졌다. 제2화 하룻밤 사이에 나는 남편을 두고도 바람을 피운 음탕한 여자가 되어 온갖 비난을 받았다. 반면 고승훈과 김승아는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가 되었다. “서명할게. 대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한참 만에 내가 입을 열었다. 고승훈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승훈이 내게 펜을 건넸다. 나는 펜을 받아 들고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이혼 합의서에 내 이름을 적었다. “합의서 더 안 봐도 돼?” 고승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고승훈은 거의 모든 재산을 내게 넘겼다. 그저 김승아를 위해서였고, 은인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내일 시간 내서 구청에 가자.” “그래.” 내 대답에 고승훈의 손이 살짝 멈칫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딘가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날 때, 김승아는 고개를 돌려 비웃듯 나를 힐끗 보더니 얇은 입술을 소리 없이 움직였다. “넌 졌어.” ‘그래, 내가 졌어.’ 지고 인생을 망쳐버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내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고승훈이 보낸 메시지였다. [오늘 일로 너를 억울하게 했어. 미안해.] [이 일만 지나간 뒤에 내가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게. 우리 다시 결혼하자.] [승아의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걸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어. 네가 이해해 줄 거지?] 나는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전생에도 똑같았다. 고승훈은 나에게 이혼을 강요하기 위해 친구들과 방법을 의논하면서 술에 잔뜩 취했다. 하지만 고승훈은 잊고 있었다. 자신의 친구들이 나와도 친구였다는 사실을. 강호준은 한편으로는 고승훈에게 김승아 때문에 결혼생활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설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게도 고승훈을 좀 이해해 주라고 하면서 중재하고 있었다. 고승훈은 정이 많고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니 조금만 이해해 달라는 얘기였다. 그때 강호준이 내게 말했다. “그때 승아 아버지가 승훈이 능력을 알아봐 주시고 투자도 해주셨잖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도 했고.” “그분이 아니었다면 승훈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도 없었을 거야.” 그때 나는 울면서 반박했다. “고승훈이 이 일을 해명할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내가 이혼을 해야 해?” 강호준은 침묵했다. 강호준이 고승훈에게 묻자, 그때 고승훈은 이렇게 대답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줘야 한다면, 나는 아정이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어. 아정이는 나를 사랑하니까 이해해줄 거야.” 내가 고승훈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를 희생시켰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논리였을까? 다행히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 김승아와 관련된 일이라면 고승훈은 유난히 빠르게 움직였다. 낮에 내게서 이혼 합의서에 서명을 받아내더니, 그날 밤 바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그리고 비서까지 보내 나에게 참석해 해명해달라고 했다. 비서는 내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승훈이 자신에게 전하라고 한 말을 덧붙였다. “사모님, 이번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시는 게 좋습니다.” “대표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모님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도요.”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피식 웃었다. 고승훈이 나를 협박하고 있었다. 전생에 나를 굴복시키기 위해 썼던 수법을 다시 들이밀면서, 내게 타협을 강요하고 있었다. 내게 온갖 추문을 뒤집어씌워서 여론의 비난 속에 몰아넣고, 결국 내가 고개를 숙이게 만들려는 것이다. 나는 줄곧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승훈에게 나는 대체 아내였을까, 아니면 원수였을까? 이번에도 고승훈은 나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정리하려고 했다. 나 역시 피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J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 로비에서 열렸다. 초청된 기자들 역시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기자들이었다. 드레스를 차려입은 김승아가 고승훈의 팔짱을 낀 채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고승훈은 본능적으로 김승아를 자신의 뒤로 감싸며 기자들의 마이크를 막아섰다. “잠시만요. 질문은 하나씩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좀 비켜주시겠어요?” 고승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고승훈이 고개를 든 순간, 마침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어렴풋이나마 고승훈이 나를 위해서도 기자들을 막아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제3화 하지만 다음 순간, 고승훈은 담담하게 시선을 돌렸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김승아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마치 나를 본 적조차 없었던 사람처럼.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게 가장 가까이 있던 기자는 아마도 인턴 기자였던 모양이다. 그 기자는 조심스럽게 내게 마이크를 내밀며 물었다. “초아정 씨, 정말 고승훈 씨와 이혼하신 건가요?” “네.” 나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신입 기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두 분은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셨고, 7년 동안 연애한 뒤 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셨잖아요.” “고승훈 씨가 지난달에는 초아정 씨를 위해서 거액을 들여 섬 하나를 사서, 초아정 씨 이름을 붙였다고 들었는데요.”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에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그건 그 사람이 나한테 빚진 거예요.” 아픈 김승아를 돌보느라 내 생일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그걸 보상한다며 내게 뒤늦게 준 선물이었다. 전생의 나는 그 일만으로도 한동안 우쭐거렸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그 섬을 선물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건 강호준이었고, 섬을 고른 건 고승훈의 비서였다. 정작 고승훈은 그 섬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럼 지금도 고승훈 씨를 사랑하시나요?” 신입 기자는 긴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도 모두 조용해졌다. 무대 위에 있던 고승훈마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승훈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나는 고승훈을 담담하게 한 번 바라본 뒤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는 사랑하지 않아요.” 나는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고승훈이 나와의 결혼생활은 이미 1년 전부터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고 해명하는 걸 확인한 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하룻밤 사이에 나는 고승훈에게서 버림받은 중고품이 되었다. 반면 김승아는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죄 없는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그날 기자회견에서 고승훈이 한 발언은 며칠 동안 각종 SNS의 상단에 고정될 만큼 화제가 됐다. 관련 키워드의 열기도 좀처럼 식지 않았다. 특히 고승훈이 했던 말은 끊임없이 퍼져 나갔다. “저와 초아정은 1년 전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적절한 시기를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원래는 조용히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해명하게 됐습니다.” “김승아 씨는 저희 부부 사이에 끼어든 사람이 아닙니다.” “승아 씨는 제 스승님께서 이 세상에 남기신 유일한 가족입니다. 제가 조금 더 챙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이 점을 이성적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일부 팬들은 여론에 휩쓸려서 떠들어댔다. 우리 부부의 관계가 틀어진 건, 내가 눈앞에 티끌 하나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순수한 남매 사이의 정과 소위 은혜를 내가 음흉하게 왜곡해서 받아들였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내가 속이 좁고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었다. 5년이나 부부로 살았으면서, 고승훈의 의리와 정은 조금도 배우지 못했다는 조롱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며칠 동안 온갖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나는 순식간에 모두의 표적이 되었다. 이혼 서류를 받아 들고 구청을 나오는 길이었다. 고승훈이 내 이름을 불렀다. “아정아,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조금만 지나면 다들 잊을 거야.” 나는 걸음을 멈춘 채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같은 인터넷에서 똑같이 욕을 먹었는데, 왜 우리 둘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이렇게나 다른 걸까? “이제 두 달만 지나면 새해잖아.” “내년 초쯤에 우리 다시 결혼할까?” 고승훈이 나를 바라보며 다가오려고 하자,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담담한 표정으로 멀지 않은 곳에서 경호원들에게 막혀 있는 기자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고승훈도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 H시로 돌아갈 거야.” “그래, 너도 정말 오랜만에 가는 거잖아.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지. 새해에는 내가 데리러 갈게...”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나는 담담하게 고승훈의 말을 끊었다. 고승훈의 얼굴에 떠올랐던 옅은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눈빛에는 다시 당혹감이 어려 있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에 내가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기로 했을 때, 당신이 내게 약속한 일이 하나 있었지. 이제 그걸 지킬 때야.” 고승훈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막 환생했을 때, 나는 고승훈에 대한 사랑과 증오를 단 몇 초 만에 삼켜야 했다. 처음 이혼 합의서를 본 그 순간, 나는 미친 듯이 합의서를 찢어 버리고 고승훈과 다시 한번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이성이 감정보다 앞섰다. 한참 후,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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