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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일, 부군이 바뀌었다
혼례식 날, 약혼자와 서모의 딸에게 배신당한 장군가의 딸 소민정은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선택을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혼인 상대를 도성에서 소문난 한량 염준호로 바꾼 것이다. 체면을 세우기 위한 임시방편이었고, 일 년 뒤 헤어지기로 약속한 계약 결혼이었다. 그러나 서로를 이용하는 이 거래 속에서, 그녀는 한량 같은 부군이 깊숙이 감춘 야망과 책략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가문의 암투에서 조정으로, 전장에서 권모술수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견제하던 두 사람은 함께 고비를 넘기며 어느새 진심을 주고받는다. 결국 그들은 원한을 풀고 원수를 쓰러뜨렸을 뿐만 아니라, 손잡고 천하를 평정하며, 기이한 혼인 바꿔치기라는 시작에서 진심으로 함께하는 길로 나아간다.
챕터 (1)
第1章
혼례식 날, 약혼자와 서모의 딸에게 배신당한 장군가의 딸 소민정은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선택을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혼인 상대를 도성에서 소문난 한량 염준호로 바꾼 것이다. 체면을 세우기 위한 임시방편이었고, 일 년 뒤 헤어지기로 약속한 계약 결혼이었다.
그러나 서로를 이용하는 이 거래 속에서, 그녀는 한량 같은 부군이 깊숙이 감춘 야망과 책략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가문의 암투에서 조정으로, 전장에서 권모술수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견제하던 두 사람은 함께 고비를 넘기며 어느새 진심을 주고받는다.
결국 그들은 원한을 풀고 원수를 쓰러뜨렸을 뿐만 아니라, 손잡고 천하를 평정하며, 기이한 혼인 바꿔치기라는 시작에서 진심으로 함께하는 길로 나아간다.
제1화
"아가씨! 도련님이... 도련님이 작은 아가씨를 데리고 뒷문으로 도망갔습니다!"
‘쾅.’
내 손에 쥔 동그란 부채가 가마 발판에 떨어졌다. '백년해로'라고 금실로 수놓은 네 글자가 짓밟혀 흐트러졌다.
"다시 말해 보아라."
"도...도남준 도련님이 평생 소연희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다고 서신을 남겼습니다."
집사가 벌벌 떨며 말했다.
"지금 온 도성 사람들이 거리 입구에 몰려들어 말하기를, 우리 장군 댁이..."
"뭐라고 했느냐?"
"아가씨가 올해 최고의 웃음거리가 되셨답니다!"
나는 단숨에 가리개를 벗어 던졌다.
하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칼날처럼 들렸다. 아버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도남준 부모님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서신을 들여다보았다.
"민정, 나는 연희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소. 미안하오."
"참 잘됐네."
나는 웃으며 서신을 접어 소매에 넣고, 돌아서서 인파 속에서 호박씨를 까며 구경하던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염준호."
그가 호박씨 껍질을 뱉으며 말했다.
"어이, 전 처형님. 무슨 일이우?"
"당신 약혼녀도 도망갔소."
"음, 꽤 빨리 달렸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왜? 보복할 셈이요? 나랑 혼인해서 저들을 골탕 먹일 셈인가?"
"아니오."
나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 장난기 어린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나랑 결혼할 수 있겠소?"
"내가 안 하면?"
"그럼 내일 온 도성에 소문이 날 것이오. 염가 도련님이 약혼녀도 지키지 못해 다른 사내랑 도망갔다고."
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 날 협박하는 것이오?"
"사실을 말한 것뿐이오."
그가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좋소. 신부가 제 발로 찾아왔는데 안 하면 바보지."
그는 돌아서서 염가 집사에게 말했다.
"내 방에 있는 혼례복을 가져와. 얼른."
"도련님, 그런데... 아직 어르신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허락 안 하면 아버지께서 직접 손자를 낳으실건가."
염준호는 성가신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얼른, 길시가 지나간다."
아버지가 분노하며 말씀하셨다.
"민정아, 함부로 굴지 마라!"
"함부로 굴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도남준과 소연희 모두 저를 배신했습니다. 오늘 제가 시집가지 않으면, 진북장군부의 체면이 서겠습니까?"
"하지만 염준호가 어떤 사람인지, 너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온 대청에 다 들렸다.
"도성 제일의 한량, 기방에서 밤을 새우고, 투전이나 내기나 하는, 못 하는 짓이 없는 사람이지요."
염준호가 옆에서 픽 웃으며 말했다.
"그게 지금 칭송이요?"
나는 일어서서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우리 장군부의 체면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일 년 후, 화리(和離)할 것입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일 년?"
"일 년. 이 일 년 동안 우리는 서로 사사로이 간섭하지 말고. 일 년 후, 각자 갈 길을 갑시다."
"재미있네."
그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합시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있었다.
하객들은 서로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너무 빠른 반전에 어리둥절해 있었다.
도남준의 아버지 도 승상은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
"민정아, 너..."
"아버님."
나는 도남준 아버지의 말을 끊었다.
"이제부터 저와 도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도남준이 소연희를 선택했으니, 그들을 축복해 주세요. 백년해로, 영원히 함께하길 바랍니다."
나는 유난히 힘주어 말했다.
염준호는 가져온 혼례복을 바로 갈아입었다.
체구가 도남준과 비슷했다.
우리는 천지신명 앞에 서서 혼례를 올렸다.
서로 절을 할 때, 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소민정, 정말 담이 크군요."
"피차 일반이오."
"염가에 들어오면, 쉽게 나가진 못할 거요."
"오래 있을 생각 없소."
그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혼례식이 끝나고, 우리는 신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새 침대에 앉아 밖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잔치 소리를 듣고 있었다. 붉은 초가 반쯤 타들어 갔을 때, 염준호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는 내 가리개를 걷어 올리고, 나를 굽어보았다.
"부인."
"염준호."
"응?"
"세 가지를 정하지."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종이를 꺼냈다.
"이 일 년 동안, 우리는 방을 따로 쓰고, 서로의 사사로운 일에 간섭하지 않으며, 겉으로는 다정한 부부인 척해야 하오. 일 년 후, 합이서 화리서(和離書) 에 서명하면 되오."
그는 종이를 건너 받아, 보지도 않고 찢어버렸다.
"당신..."
"소민정."
그는 몸을 숙여 양손으로 내 몸 양옆을 짚고, 나를 침대와 자신 사이에 가두었다.
"당신 나 염준호를 뭐로 보는 것이오? 부르면 오고, 쫓으면 가는 장난감?"
"뭐 하자는 것이오?"
"뭐 하자는 것이겠소?"
그가 위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혼 밤이니, 당연히 동방화촉이지."
나는 옷깃을 향해 다가오는 그의 손을 잡아챘다.
"염준호, 네가 감히."
"내가 못 하는 짓이 뭐가 있겠소?"
그의 다른 한쪽 손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도성 제일의 한량이라는 별명은 헛된 게 아니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팽팽히 맞섰다.
한참 후, 그가 갑자기 손을 놓더니, 침대 바깥쪽에 누워 버렸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겠소, 하지만 건드리진 않겠소."
"안 되오."
"같이 자든가, 진짜 동방화촉을 하든가, 그대가 선택하오."
나는 이를 악물고, 침대 안쪽으로 조금 옮겨 옷을 입은 채로 누웠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소민정, 당신이 나한테 시집온 건, 정말 체면을 지키기 위한 것뿐이요?"
"그렇지 않으면?"
"장군가의 딸이라면, 천하를 품는 법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눈을 감았다.
"잘못 들었소. 나는 그저 약혼자에게 버림받아,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에게 시집간 불쌍한 여자일 뿐이오."
그는 가볍게 웃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붉은 초가 다 타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나는 몰랐다. 이 거래와 같은 혼인이 내 인생을 바꿀 줄은.
더욱 몰랐다. 내 곁에 있는, 이 한량 같은 이가, 후에 나를 위해 원수를 쓰러뜨리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무상의 권력을 쥐여줄 사람이 될 줄은.
제2화
삼 일 후, 친정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염준호는 느릿느릿 해가 높이 뜬 후에야 일어났다. 온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내가 해장죽을 준비하게 했더니, 그는 보지도 않고 말했다.
"꾸민 것이오. 안 취했소."
"알고 있소."
"그러면 왜 준비했소?"
"남들이 보라고 하는 것이오."
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참 세심하시군요."
마차가 장군부로 향했다. 그가 갑자기 말했다.
"그 서모의 딸, 어제 돌아왔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래요?"
"도남준이 그녀를 데리고 소가로 돌아갔소."
그의 입가에 장난기가 번졌다.
"사죄하러 간다는게 실은 억지로 밀어붙이려는 것이겠지. 아버님이 이 혼사를 받아들이게 하려고."
손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아버님이 어떻게 할 것 같소?"
"받아들이지 않을 거요."
"그렇게 확신하오?"
"우리 아버지는 체면을 중시하시니까."
염준호가 웃었다.
"그런데, 서모의 딸이 아이를 가졌다면?"
나는 멈칫했다. 맞다, 소연희가 아이를 가진 것은 벌써 두 달 정도 되었을 것이다.
"도남준도 제법 교묘하군. 일단 저지르고 보는 수야. 아버님께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지."
내가 차갑게 웃었다.
"그가 어떻게 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오."
"입만 살아 있구려."
마차가 멈췄다. 장군부 문 앞에는 도남준과 소연희가 과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버지는 섬돌 위에 서서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염준호가 먼저 마차에서 내려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내렸다.
도남준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더니 얼굴색이 더 어둡게 변했다.
나는 염준호의 팔에 손을 얹고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
"언니."
소연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와 남준 오라버니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제발 허락해 주세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앙상한 몸을 떨고 있었다. 정말 애처로워 보였다.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나는 다시 되뇌었다.
"언제부터였지?"
"저희는..."
"내가 처음으로 그를 군영에 데려갔을 때, 네가 밥을 싸 들고 따라갔던 그때? 아니면 정월 대보름에 내가 그더러 너를 데리고 등불 구경 가게 했던 그때?"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남준이 그녀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소민정, 따지려면 나한테 해."
"당신한테?"
염준호가 입을 열었다.
"네가 뭔데, 무슨 자격으로 부인이 직접 너한테 해?"
도남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염준호, 당신..."
"내가 뭐요?"
염준호가 내 허리를 감쌌다.
"도련님, 아, 아니 이제는 매제라 불러야겠군. 고맙소. 덕분에 내가 이렇게 좋은 부인을 맞이할 수 있었네."
그는 일부러 '덕분에'라는 세 글자를 유난히 힘주어 말했다.
아버지가 소매를 휘저으며 말했다.
"모두 들어오거라!"
대청 안은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도남준과 소연희는 한가운데 무릎을 꿇었고, 아버지는 주좌에, 나와 염준호는 왼쪽 편에 앉았다.
"도남준, 네가 내 문벌을 욕되게 했으니, 무슨 벌을 받아야 마땅하냐!"
"어르신, 소자가 연희와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어르신께서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
아버지가 탁자를 치셨다.
"네가 내 장군부를 어디로 보는 것이냐! 약혼을 파기하고 싶으면 파기하고, 서모의 딸과 혼인하고 싶으면 혼인하는 것이냐?"
"어르신, 연희는 이미 아이를 가졌습니다. 어르신의 외손자입니다."
이 말에 대청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버지가 소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배를 감쌌다. 인정하는 것이었다.
"좋네 좋아, 참 잘됐군."
분노에 찬 아버지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을 불러라! 가문의 형구를 가져와라!"
"아버지."
내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있습니다."
나는 일어나 소연희 앞으로 걸어갔다.
"네가 아이를 가졌다고?"
"예... 예, 언니."
"몇 달이나 되었느냐?"
"두 달입니다."
"두 달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혼례식을 올린 지 사흘밖에 안 되었는데, 너는 임신한 지 두 달이라. 그럼, 이 아이는 도남준의 아이가 아니구나."
소연희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언니, 무슨 헛소립니까!"
"헛소리?"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두 달 전, 도남준은 군을 따라 국경에 주둔하고 있었다. 너는 도성에 있었고. 헌데 어떻게 그와 정을 통했지?"
도남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왜? 내가 군기 문서를 가져와서 한 장 한 장 넘겨 보여 줄까?"
물론 나는 군기 문서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감히 의심하지 못할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도남준은 두 달 전에 실제로 군대를 따라갔었다. 비록 보급품을 호송하러 간 것이었지만.
"이 아이는, 사생아이거나."
나는 소연희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니면 네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도남준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이겠지."
"아닙니다!"
소연희가 울부짖었다.
"이 아이는 정말 남준 오라버니의 아이예요!"
"그래?"
나는 도남준을 바라보았다.
"그럼 인정할 셈인가?"
도남준이 이를 악물었다.
"인정하오."
"좋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이미 아이까지 있으니, 차라리 허락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버지가 눈썹을 찌푸렸다.
"민정아, 너..."
"단, 조건이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끊고 다시 도남준을 바라보았다.
"오늘부터 소가에 들어와 사위가 되게나. 앞으로는 소씨 성을 따르고, 살아서는 소가의 사람이고, 죽어서는 소가의 귀신이 되오."
도남준의 눈이 커졌다.
"무슨 소리요?"
"싫은 게요?"
내가 웃었다.
"그럼 법대로 하지. 관가의 딸을 유인했으니, 장형 팔십 대에 유형 삼천 리. 연희는 혼전 임신으로 집에서 쫓겨나, 청등고불로 여생을 마쳐야 하오."
"소민정, 너무하는 것이 아니오!"
"너무하다고?"
나는 몸을 굽혀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도남준, 네가 그날 나를 혼례식장에 버리고 갈 때, 그건 너무한 것이 아니었나?"
그는 말문이 막혔다.
소연희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남준 오라버니, 부탁입니다. 받아들여 주십시오."
도남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한참 후,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좋소."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럼 입부 증서를 쓰게나. 서명하고 도장을 찍으시오."
염준호가 옆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하군."
나는 그를 무시하고 집사에게 말했다.
"도련님을 서재로 모셔 가라, 그리고 입부 증서를 작성하라. 오늘부터 소가에 한 명의 입부한 사위가 생긴다. 성은 소, 이름은 남준."
"예, 아가씨."
도남준이 끌려 나갈 때, 뒤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나를 갈기갈기 찢어도 시원치 않겠다는 듯했다.
나는 미소로 답했다.
친정으로 돌아가는 자리가 입부 자리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도성에 퍼졌다. 염준호가 마차 안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소민정, 이 수는 정말 독하군. 입부에 성까지 따르게 하다니, 그를 평생 수치의 기둥에 박아 넣는 셈이지."
"자업자득이지."
"하지만 당신은 도가를 완전히 적으로 돌렸소."
"도가?"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 덕에 겨우 출세한 몰락한 후작 집안일 뿐이오. 적이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오."
염준호가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알고 보니, 내가 보물을 주웠군."
"도련님, 과찬입니다."
"과찬이 아니오."
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민정, 그대는 충분히 독하고, 충분히 냉혹하오. 마음에 드네."
나는 그를 밀쳐냈다.
"언약한 일 년, 도련님, 잊지 마시오."
그의 미소가 굳어졌다.
"걱정하지 마오, 잊지 않겠소."
마차가 멀어져 가고, 장군부가 점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싸움에서 내가 이겼다.
하지만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제3화
저택으로 돌아온 후, 염준호는 평소의 나태함을 버리고 오히려 내 일상을 물었다.
"부인은 평소에 무엇을 즐기시오?"
"무예를 익히오."
"무예 외에는?"
"병서를 읽지."
"병서 외에는?"
"그게 전부요."
그가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참 재미없군."
"도련님께서 재미없다고 여기신다면, 옛정을 찾으셔도 좋소."
나는 그에게 일러주었다.
"우리의 언약, 서로의 사사로운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소?"
"누가 옛정을 찾으러 간다고 했소?"
그가 신비롭게 웃었다.
"부인을 데리고 세상을 보여 주려는 것이오."
"필요 없소."
"반드시 가야 하오."
그는 나를 억지로 끌고 나갔다.
"오늘 밤 좋은 구경거리가 있소, 부인이 반드시 보셔야 하오."
그는 나를 데리고 도성에서 가장 큰 노름 터 천금각으로 갔다.
내가 눈썹을 찌푸렸다.
"이게 바로 말씀하신 구경거리요?"
"서두르지 마오."
그가 나를 끌고 별실로 들어가, 숨은 문을 통해 옆 다방으로 나갔다.
다방 별실은 천금각 이층과 마주 보고 있어 시야가 매우 좋았다. 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보니, 천금각 안에서는 여러 관원이 노름하고 있었다.
"저기 푸른 옷을 입은 분이 보이지요? 바로 예부 시랑 이 대인이오."
염준호가 내게 차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그가 오늘 밤 얼마나 잃었을지, 부인이 맞혀 보시오."
"흥미 없소."
"오천 냥이라오."
그는 혼자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의 월봉은 고작 백 냥이오. 부인은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하지 않소?"
내가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부인은 북방 군향 도난 사건을 아시오?"
난 가슴이 철렁했다. 석 달 전, 아버지께서 북방으로 군향을 호송하라는 명을 받고 떠났으나, 도중에 도적을 만나 오십만 냥의 군향이 사라졌다. 폐하께서 크게 노하시어 아버지께서는 군권을 빼앗기고 집에 머물러 있게 되셨다.
"이 대인을 의심하시는 것이오?"
"의심이 아니라, 증거가 확실하오."
염준호가 품에서 장부 한 권을 꺼냈다.
"이것은 그가 지난 석 달 동안 천금각에서의 승패 기록이오. 진 것이 더 많아, 모두 합쳐 팔만 냥을 잃었소. 그가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겨우 대감 자리에 올랐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을 얻었겠소?"
나는 장부를 펼쳤다. 날짜와 금액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고, 심지어 손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손에 넣었소?"
"이 노름 터는, 내가 차린 것이오."
내가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왜요? 믿기지 않소?"
정말로 믿기지 않았다. 염준호는 도성에서 평판이 매우 나빴다. 놀고먹고, 하는 일 없이 한량으로 지내는 것으로 소문났다.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 도성 최대의 노름 터가 그의 소유일 줄은.
"부인."
그가 내게 바짝 다가왔다.
"이 몇 년 동안 나에 대한 한량 소문이 왜 돌았다고 생각하시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겠소?"
나는 그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이제 조금의 경박함도 없었고, 오직 깊은 바다 같은 모략만이 있었다.
"어찌하여 나에게 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오?"
"그것은..."
그가 미소를 거두었다.
"내가 도가를 쓰러뜨리려 하기 때문이오."
도가? 그런데 그것이 도가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 대인은 도 승상의 문하생이오."
염준호가 설명했다.
"군향 도난 사건은 도 승상이 직접 꾸민 것이오. 그들은 본래 아버님께 누명을 씌우려 했으나, 도적 중의 한 명이 살아서 도망쳤고, 지금 숨어지내요."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소?"
"내 손에 있소."
나는 침묵했다.
"부인."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부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소. 부인이 원하시는 것은, 결코 집안의 작은 울타리가 아니오. 천하와 대의요. 내가 도와주겠소, 부인도 나를 도와주시오. 어떠하오?"
"당신, 한량이 아니었소?"
"한량 같은 자라고 야망이 없으란 법이 어디 있소?"
그가 웃었다.
"소민정,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이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우리 서로 힘을 합치세, 부인."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럽시다, 도련님."
다방에서 나오니, 밤바람이 서늘했다. 나는 곁에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면서 문뜩 이 혼인이 그 어떤 거래가 아니라,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4화
이튿날, 아버지께서 사람을 보내 도남준이 입부 증서에 서명하였고, 며칠 후 입부 의식이 거행될 것이라고 소식을 전해 주셨다.
염준호가 서신을 보며 웃었다.
"이 수는 정말 통쾌하군. 이제 도남준은 도성에서 다시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오."
"아직 부족하오. 그를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만들 것이오."
염준호가 나를 바라보았다.
"부인은 무슨 계책이 있소?"
"계책은 없소."
내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단지 이 검 한 자루가 있을 뿐이오."
단검을 뽑아들자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이 검은 외할아버지께서 주신 것으로, 휘날리는 머리카락도 벨 수 있고, 피도 묻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명검이었다.
염준호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좋은 검이오."
"좋은 검이지."
나는 칼을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도련님, 그 살아있는 증인을 만나게 해 주오."
"지금이오?"
"맞소, 지금."
염준호는 나를 데리고 성 밖에 있는 한 농장으로 갔다. 농장은 외진 곳에 있었고, 경비가 삼엄했다. 지하실로 들어가자, 그자가 보였다. 그는 얼굴에 칼 흉터가 가득한 사내였고,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저자 이름은 장삼이오. 도적 패의 작은 두목이오."
염준호가 말했다.
"군향이 약탈되던 날, 저 자는 죽은 척하고 겨우 목숨을 건졌소."
내가 그에게 다가갔다.
"장삼, 내가 누군지 아느냐?"
그가 고개를 들어 흐릿한 눈빛으로 나를 살폈다.
"진북 장군부의 큰 아가씨."
"그렇다면, 내 외할아버지도 누군지 아느냐?"
"귀검이라 불리는 백운이오."
"잘 알고 있네."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내 외할아버지 수법을 들어 본 적도 있겠지?"
그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나의 외할아버지 백운은 당대 제일의 암살자였다. 그 독한 수법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군영에서 자랐지만, 외할아버지의 검술 십중팔구는 익혔다.
"말하겠소, 모두 말하겠소!"
장삼이 무너져 내렸다.
"도 승상께서 친히 명하셨소. 군향을 약탈하여 소 장군께 누명을 씌우라고. 그리고 일이 끝나면 은량 십만 냥을 주고 국경 밖으로 보내 주겠다고 하셨소!"
"증표는 있느냐?"
"있소, 서신이 있소!"
염준호가 품에서 서신 몇 장을 꺼냈다.
"이것 말이오?"
과연 도 승상의 친필 서신이었고, 그의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이거면 충분하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관가에 고발하겠소."
"관가에?"
염준호가 웃었다.
"부인, 너무 순진하시오. 도 승상은 수단이 하늘을 찌르는 인물이오. 이 정도 증거로는 그를 건드릴 수 없소."
"그렇다면 일을 더 크게 만들면 되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도련님의 노름 터에는, 많은 관원들의 약점이 있지 않소?"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부인의 뜻은..."
"그 증표들을 여러 번에 나누어 어사대에 보내시오. 당장 조사하라고 할 필요는 없소. 다만 도 승상의 뒤가 깨끗하지 않다는 것만 알게 하면 되오."
"그다음은?"
"그다음은..."
나는 웃었다.
"우리는 그저 개들이 서로 물어뜯는 걸 지켜보면 되오."
염준호가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다, 좋아! 개들이 서로 물어뜯는 구경이라. 소민정, 당신은 참 흥미로운 사람이오!"
농장에서 나오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염준호가 갑자기 물었다.
"부인, 무예를 익히셨소?"
"익혔소."
"그럼 다음에 한번 겨뤄 보겠소?"
"죽는 게 두렵지 않소?"
나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두렵소."
그는 태연히 말했다.
"그러나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한평생 무능하게 사는 것이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처음으로 이 남자를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그는 생김새가 매우 빼어났다. 눈썹은 칼날 같고, 눈은 별빛 같아 풍류가 넘쳤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에는 조금의 경박함도 없었고, 오직 진중함과 담담함만이 깃들어 있었다.
"염준호."
"응?"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소.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
그가 웃었다. 뜻깊은 미소였다.
"어떤 사람이냐고? 그건 부인이 천천히 지켜보면 되오."
마차가 성안으로 돌아왔다. 석양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나는 문득 이 인연이, 나에게 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5화
열흘 후, 어사대에 첫 번째 증표가 도착했다——이 대인의 뇌물 장부였다.
폐하께서 크게 노하시어 이 대인을 하옥시키고 조사하도록 명하셨다. 이 대인이 사흘을 버티다가, 결국 도 승상의 지시를 받았다고 자백했다.
도 승상은 궁으로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고라고 주장했다. 폐하께서는 일단 그를 믿었지만, 마음속에는 의심의 씨앗이 자리 잡았다.
또 오 일 후, 어사대에 두 번째 증표가 도착했다——도 승상의 문하생인 공부 상서 왕 대인이 제방을 쌓을 때 오십만 냥을 횡령한 기록이었다.
왕 대인은 도 승상의 심복이었다. 이 한 방은 도 승상에게 뜻밖의 타격이었다.
"부인의 계책이 좋았네."
염준호는 내게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개들이 서로 물어뜯는 구경이 과연 통쾌하군."
"아직 부족하오."
내가 술잔을 들었다.
"이들은 겨우 하수에 불과하오. 도 승상의 근간을 건드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오."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소?"
"근간을 건드리려면, 그가 뿌리를 내린 곳을 쳐야 하오."
"그의 뿌리는... "
"북방 군권이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군향을 노린 것은, 북방을 노린 것이오. 북방 대장군 자리를 그의 아들에게 주려는 것이지."
도 승상의 적자 도남현은 현재 병부에 재직 중인데, 무능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그럼 부인의 계책은... "
"아버님께서 군권을 빼앗기셨지만, 북방 군사 대부분은 아버님의 옛 부하들이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 대신 서신을 전해 주길 바라오."
"누구에게 전해주면 되오?"
"북방 부장(副將), 조산하에게 말이오."
염준호가 잠시 멈칫했다.
"그런데 변방 장수와 사사로이 왕래하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라는 것을 아시오?"
"당연히 알고 있소. 그러니 이 일은 오직 그대와 나만이 알아야 하오."
그가 나를 응시하며 복잡한 눈빛을 보냈다.
"소민정, 당신은 지금 불장난하는 것이오."
"허나 위험 속에 보화가 있는 법이오."
나는 태연히 말했다.
"당신, 감히 감당할 수 있겠소?"
"감당할 수 있소."
그는 단호히 대답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소."
"그게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시오."
"이 일이 성사되면, 당신은 내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오."
"그게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시오."
"아직 생각하지 못했소."
그가 교활하게 웃었다.
"일단 뒷날로 미루기로 하오."
"그렇게 합시다."
삼 일 후, 조산하의 답신이 도착했다.
"때를 기다리며, 명을 기다리노라."
나는 답신을 불태우며 화염을 바라보았다. 마음은 더없이 고요했다.
염준호가 갑자기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부인,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소."
"바쁜 게 좋소."
"바빠서 부군도 돌보지 못할 만큼?"
"도련님께는 옛정이 있는 게 아니오?"
나는 그의 손을 떼어 내밀며 말했다.
"취향루의 유 낭자가 도련님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지경이라고 들었소."
그가 웃었다.
"부인, 이제 샘내는 것이오?"
"사실을 말한 것뿐이오."
"그럼 내일 취향루를 사서 부인한테 선물로 드리겠소?"
"사양하겠소."
"부인 지금 성내셨소?"
내가 돌아서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염준호, 우리는 이미 서로의 사사로운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언약했소."
"나는 간섭한 적 없소."
그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부인이 큰일을 하시니, 내가 부인을 위해 분담해야 하지 않겠소? 이를테면, 부인이 서신을 전해야 한다고 하면 내가 대신 전하고, 부인이 은량이 필요하면 내가 대신 대고. 부인이..."
그가 갑자기 코앞으로 다가와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방을 데워 줄 사람이 필요하면, 내가 데워 드리지."
내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가볍게 받아내며 활짝 웃었다.
"부인, 성내지 마오. 화내서 몸 상하면 마음 아픈 건 나요."
"염준호, 장난치지 마시오."
"장난치는 거 아니오. 매우 진지하오."
그는 나를 놓아주었다.
"소민정, 당신은 내 부인이오. 내가 당신에게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허나 우리는 진짜 부부가 아니오."
"혼례식도 올렸고, 신방도 들어갔는데, 어찌 진짜 부부가 아니란 말이오?"
그가 되물었다.
"설마, 나한테 지금 진짜로 부부 행실을 하자는 것이오?"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가 크게 웃으며 몸을 돌려 떠나갔다.
나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 남자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루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6화
이틀 후, 염준호가 정말로 취향루를 사 버렸다.
지계가 내 손에 전해졌을 때, 나는 참 어이없었다.
"당신 미친 거 아니오?"
"부인의 미소 하나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소."
"그런 건 필요 없소."
"당신한테 필요하오."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취향루는 도성에서 가장 큰 기방이오. 삼교구류가 모여드는 곳이지. 부인이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이곳만 한 데가 없소."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내가 그저 부인을 웃기려고만 하는 줄 아셨소?"
그가 웃었다.
"소민정, 당신은 나를 너무 시시하게 보셨소."
나는 그를 다시 살펴보았다. 이 남자의 속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었다.
"말하시오.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건 간단하오."
그가 내 곁에 앉았다.
"기생 행수는 내 사람이오. 기녀들도 모두 교육을 받았소. 부인이 듣고 싶은 것,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저 가서 물어보면 되오."
"그런데 내가 당신의 소굴을 뒤엎을까 두렵지 않소?"
"당연히 두렵소."
그는 태연히 말했다.
"그러나 부인 마음 상하는 게 더 두렵소."
나는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바로 취향루로 갔다. 기생 행수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부인을 뵙겠습니다."
"어서 일어나시오."
"도련님께서 분부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취향루는 부인께서 부르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취향루는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고, 손님들은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참으로 정보를 얻기 좋은 곳이었다.
"최근에 무슨 특별한 소식이라도 있소?"
"예,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기생 행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하나는 도 승상이 북방 장수들과 은밀히 연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 듯합니다. 또 하나는... 도련님께서 최근 폐하께 소환받으셨습니다. 어떤 명을 맡으실 것 같습니다."
"명?"
"예, 강남으로 가서 염세를 조사하라는 명입니다."
염세? 이는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강남의 소금 상인들 뒤에는 조정의 여러 중신이 얽혀 있었다.
"언제 떠나신다고 했소?"
"삼 일 후에 떠나신답니다."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삼 일 후는 바로 도남준이 소가에 입부하는 날이었다. 염준호가 바로 그날을 골라 강남으로 떠나는 것은, 일부러 그런게 분명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그는 과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이 오늘 취향루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소."
"맞소."
"소득이라도 있었소?"
"좀 있었소."
나는 그를 응시했다.
"그런데 강남으로 가시는 거요?"
"소식이 빠르군."
그가 웃었다.
"그렇소."
"그런데 어찌 삼 일 후로 정하셨소?"
"삼 일 후면, 도성에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벌어질 테니까."
"무슨 구경거리요?"
"도남준이 입부를 하면, 도 승상이 빠질 리가 없소."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가 도성에 머물러 있으면, 그는 반드시 경계할 것이오. 그러니까 내가 떠나야 그는 경계를 풀겠지."
"도 승상이 무엇을 경계한다는 것이오?"
"바로 나와 그대, 우리둘을."
그가 손을 내밀어 내 귀밑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소민정, 당신이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을 벌였소. 도 승상이 이미 당신을 주목하기 시작했소."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오."
그가 나를 위로했다.
"그가 당신을 당장엔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오. 그러나 조심해야 하오. 오히려 아버님 쪽으로 손을 뻗을 수도 있소."
"그런데 아버지는 이미 금족령을 받으셨소."
"금족령을 받았다고 무사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도 승상이 진짜 누군가를 해치려 든다면, 수는 얼마든지 있소."
"그러면 어찌하면 되오?"
"그의 계략을 따라가면 되오."
그가 내 귀에 가까이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
나는 듣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은 너무 위험하오."
"위험 속에 보화가 있는 법이오."
그가 내가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소민정, 한 번 걸어 볼 의향이 있소?"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 뒤에는, 깊은 지혜가 숨겨져 있었다.
"그러면 한번 걸어보지."
삼 일 후, 도남준의 입부식이 거행되었다.
나는 '언니'로서 당연히 참석해야 했다. 염준호는 이미 강남으로 떠났고, 나는 혼자 소가로 돌아갔다.
소가는 등불을 밝히고 붉은색으로 잘 꾸며져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도남준은 붉은 혼례복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사색이었다.
소연희는 득의양양한 채, 주변 사람들의 경멸 섞인 시선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의식은 간소했다. 하늘과 땅에 절하고, 어른들께 절하고, 부부가 서로 절을 했다. 그런 다음 도남준은 신방으로 보내졌고, 소연희는 대청에 남아 잔을 돌렸다.
나는 술잔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축하하네,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구나."
"언니께서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달콤하게 웃었다.
"언니도 몸조심하시오. 도련님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닐 테니."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겪어 봐야 알지."
나는 잔에 든 술을 모두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너야 말로 입부한 사위를 잘 지켜보아야 할것이야. 그가 오늘 나를 버리고 너를 선택했듯, 내일은 너를 버리고 다른 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소연희의 미소가 굳어졌다.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을 나서자마자, 어둠 속에 마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차의 휘장이 걷히며 염준호의 얼굴이 보였다.
"어찌하여 여기에 계시오?"
"그대가 걱정되어서요."
그는 손을 내밀어 나를 마차에 끌어 올렸다.
"갑시다. 강남으로."
"지금이오?"
"맞소. 바로 지금이오."
그가 웃었다.
"도성에서 벌어지는 이 연극은 그들끼리 하게 놔두고 우리는 강남으로 가서, 더 큰 연극을 벌입시다."
마차가 도성을 떠났다. 나는 뒤돌아 소가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등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지만,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은 밝히지 못했다.
"염준호."
"응?"
"갑자기, 당신한테 시집간 것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오."
그가 웃었다. 거침없이 활짝 웃었다.
"부인, 그 말은 참으로 듣기 좋군."
마차가 질주했다. 강남을 향해, 그리고 알 수 없는 운명을 향해.
제7화
칠 일 후, 우리는 강남에 도착했다.
강남은 번화하고 상인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염준호는 이곳에 작은 저택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매우 정갈했다.
"부인은 여기가 어떠하신지?"
"제법 괜찮소."
"그럼 우선 머물면서 천천히 살펴봅시다."
그가 말하는 살펴본다는 것은,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대호에서 배를 띄우고, 고찰을 찾았으며,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참으로 유쾌한 나날이었다.
"염준호, 우리는 도대체 무언가를 살피러 온 것이오, 아니면 놀러 온 것이오?"
"둘 다오."
그는 내게 새우를 까 주었다.
"이렇게 노는 척해야 오히려 그들이 경계를 더 쉽게 풀기 마련이오."
사실이었다. 우리가 유람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그들은 더 방심했다.
삼 일 후, 강남의 염세 관리가 연회를 열어 우리를 초청했다.
연회에서 관원들은 염준호에게 극진히 공손했고, 나에게도 온갖 아첨을 아끼지 않았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염세 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련님께서 이번에 강남에 오신 것은 어떤 일로 오셨는지? 폐하께서 어떤 뜻을 내리셨는지..."
염준호는 반쯤 취한 듯 혀가 꼬인 말투로 대답했다.
"폐하께서 무슨 뜻이 있겠소? 그저... 그저 놀러 온 것이오."
"놀러요?"
"맞소, 우리 부인이 갑자기 대호가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얼른 함께 온 것이오."
염준호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리 부인은 장군가의 호랑이 딸이라, 잘못 건드리면 안되는 분이오."
모두가 따라 웃었다, 한결 안도한 표정이었다.
보아하니, 그들은 정말 우리가 놀러 온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연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참 잘 꾸미셨소."
"그냥 내 모습이었소."
그가 웃었다.
"이 몇 년 동안 내가 한량이라는 소문이 어떻게 퍼졌겠소?"
"그러나 염세에 관한 일은..."
"서두르지 마오."
그가 신비롭게 웃었다.
"벌써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소."
과연, 이튿날 누군가가 후한 예물을 보내왔다. 금은보화와 비단이 가득했다.
염준호는 모두 받으며, 이가 보이도록 웃었다.
"모두 받으시겠소?"
"우리가 받지 않으면, 오히려 그들은 불안해할 것이오."
나는 깨달았다. 그가 바로 욕심을 부리는 척하는 것이다.
또 며칠 후, 강남 염상 연합회 회장이 연회를 베풀어 우리를 초청했다.
이번에는 그들이 진짜 물건을 내밀었다. 장부 한 권이었다.
"올해의 염세 장부입니다. 도련님께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회장이 공손히 말했다.
염준호는 아무렇지 않게 넘겨 보았다.
"좋군. 꽤 정리되어 있소."
"그러면... 도련님께서 폐하께 좋은 말씀이라도 좀... "
"좋은 말씀을?"
염준호가 웃었다.
"우리 부인이 요즘 대호 근처에 있는 집 한 채를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이 바로 대답했다.
"내일 바로 지계를 갖다 바치겠습니다."
"참으로 영리하군."
집으로 돌아와, 나는 곧바로 그 장부를 펼쳐 보았다. 장부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역시 문제가 보였다.
"여기요."
나는 한 부분을 가리켰다.
"염세 수입이 작년보다 삼 할이나 줄었는데, 소금 판매량은 오히려 일 할이 늘었소. 이는 맞지 않소."
"눈이 정말 예리하시군."
염준호가 다가왔다.
"그들은 소금 판매량을 부풀려 보고하고, 실제 거래 장부를 감추어 중간에서 이득을 챙긴 것이오."
"그 규모가 얼마나 되오?"
"해마다 적어도 백만 냥은 될 것이오."
백만 냥! 이는 십만 명의 군대를 일 년 동안 먹일 수 있는 액수였다.
"증표는 확실하오?"
"물론이오."
그가 품에서 다른 장부 한 권을 꺼냈다.
"이것이 진짜 장부오."
내가 받아 펼쳐 보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한 장 한 장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강남에서부터 도성까지 백여 명의 관원들이 연루되어 있었다.
"이걸 언제 손에 넣으셨소?"
"어젯밤이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취향루는 강남에도 지점이 있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남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 가지고 있는 걸까?
"그다음 계략은?"
"그냥 기다리는 것이오."
"무엇을 기다린단 말이오?"
"도성에서 소식이 오기를."
그는 북쪽을 바라보았다.
"도 승상 쪽에서도 곧 움직일 때가 되었을 것이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도성에서 비둘기 서신이 날아왔다.
나는 서신을 펼치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위독하셔서 때가 머지않으셨다고 한다.
제8화
"그럴 리가 없소."
나는 서신을 꽉 쥐었다.
"아버지는 평소에 건강하셨는데, 어찌 갑자기 위독해지셨단 말이오?"
"도 승상이 움직였소."
염준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대놓고 나서지 못하니, 이런 비열한 수를 쓴 것이오."
"당장 도성으로 돌아가겠소."
"나도 함께 가겠소."
"됐소. 당신은 이곳에 남아 계속 살펴보시오."
"소민정."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지금 당신 혼자 돌아가는 것은, 그들이 판 함정에 스스로 걸려드는 것이오."
"그래도 가야 하오!"
"진정하시오."
그가 내 어깨를 눌렀다.
"우리가 이렇게 허둥지둥 뛰어가면, 오히려 아버님의 목숨을 앞당기는 꼴이 될 것이오."
나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의 말이 맞았다. 도 승상이 바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할 셈이오?"
"그의 계략을 거꾸로 쓰면 되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돌아가되, 떠들썩하게 돌아가야 하오. 우리가 염세를 조사하고, 풍성한 성과를 거두고 돌아간다고 온 천하에 알려야 하오."
"허나 아직 증표를 다 모은게 아니오."
"이걸로 충분하오."
그가 진짜 장부를 흔들어 보였다.
"이것만 있으면, 강남 관가를 통째로 뒤집어엎을 수 있소."
삼 일 후, 우리는 도성으로 떠났다.
염준호는 일부러 열댓 대의 마차를 준비하게 했다. 호화롭게 꾸며진 마차들에는 '선물'이 가득 실렸다. 관리들이 줄지어 배웅하며, 그야말로 호사스러운 귀환이었다.
입성 당일, 폐하께서 친히 궁문 앞에서 맞이하셨다.
"염준호, 강남행이 소득이 있었느냐?"
염준호가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었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수확이 적지 않았나이다."
그가 진짜 장부를 올리자, 폐하께서 펼쳐 보시고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지셨다.
"좋아, 참 잘됐구나!"
폐하께서는 분노에 차 오히려 웃음을 터뜨리셨다.
"나의 강산이, 한 무리의 좀벌레들을 살찌우는 데 쓰였구나!"
당일, 폐하께서는 곧바로 조서를 내리셨다. 강남 염세 관청을 적발하고, 관련 관리 백여 명을 잡아들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곧장 장군부로 달려갔다.
장군부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아버지는 침상에 누워 계셨고, 얼굴색은 눈에 띄게 검푸스름해 있었다. 분명 중독된 안색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집사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대감님께서 궁중 어의가 지어준 약을 드신 후에 갑자기..."
"어의?"
"예, 도 승상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좋다. 도 승상, 어의한테까지 손을 썼다는 말이지.’
"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대감님께서..."
"아버지는 괜찮을 것이오."
나는 침상 곁으로 다가가 맥을 짚었다.
맥은 혼란스러웠고, 독기가 이미 심장을 덮치고 있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얼른 가서 은침과 뜨거운 물을 준비하시오."
"아가씨, 의술을 아십니까?"
"외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셨소."
귀검 백운은 암살자일 뿐만 아니라 신의이기도 했다. 외할아버지의 의술을 나는 십중팔구 익혔다.
나는 은침을 혈도에 꽂아 독혈을 빼내기 시작했다. 두 시진쯤 지났을까, 아버지께서는 검은 피를 크게 토하시더니 서서히 정신을 차리셨다.
"민정아..."
"아버지, 제가 돌아왔습니다."
"너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붙잡았다.
"도 승상이 너를 노리고 있단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아버지가 쓰러지시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습니까?"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다.
아버지의 독은 풀렸다. 그러나 이 소식은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었다.
"밖에는 아버지께서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알리시오. 삼 일 후 발인할 것이오."
집사가 놀라 물었다.
"아가씨, 무슨 까닭이십니까?"
"함정을 파려는 것이오."
염준호는 내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의 계책이 훌륭하군. 도 승상은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믿어야, 허점을 드러낼 것이오."
삼 일 후, 장군부에 흰 휘장이 걸리고 애곡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과연 도가에서 사람을 보내 조문을 왔다. 온 자는 도남현이었다. 무거운 부의를 가지고 왔지만, 얼굴에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장군님의 별세 소식을 듣고, 가부님이 몹시 슬퍼하시며 저를 보내 조문하게 하셨습니다."
"도련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나는 상복을 입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께서 임종 전에도 도 승상의 은혜를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도남현이 나를 위로했다.
"아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 소가에 남자가 없으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부에 도움을 청하십시오."
"도련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가 떠나자, 나는 차갑게 웃었다.
염준호가 내게 차를 건네며 말했다.
"부인이 연기가 훌륭하군."
"피차일반이오."
"그 다음은 어찌 할 셈이오?"
"기다리는 것이오."
도 승상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깨끗하게 제거하려 하니, 반드시 나까지 없애려 할 것이다.
과연, 그날 밤, 장군부에 자객이 침입했다.
나는 미리 복병을 배치해 두었다. 자객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붙잡혔다.
"누가 보냈느냐?"
자객은 이를 악물고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그의 목에 겨누었다.
"말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 허나 말하면 살려줄 수도 있다."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검을 휘둘러 그의 귀 한쪽을 잘라버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직도 말하지 않겠느냐?"
"말하겠소, 말하겠소!"
그는 끝내 무너져 내렸다.
"도 승상이오, 그가 보냈소!"
"증표는 있느냐?"
"허리 패가 있소!"
그는 패 한 개를 꺼냈고, 그 패에는 '도' 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검을 거두었다.
"됐네."
자객이 끌려 나갔다. 염준호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부인, 정말 독하군."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자신에게 잔인한 것이오."
나는 검을 닦았다.
"내일 당장 궁에 들어가 폐하를 뵙겠소."
"나도 함께 가겠소."
"당신은..."
"거절하지 마오."
그가 내 말을 끊었다.
"소민정, 당신의 일은 곧 나의 일이오."
나는 그를 바라보며 갑자기 웃음이 났다.
"염준호, 당신 진심이오?"
"내가 언제 진심이 아니었소?"
"그것도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항상 진심이었지만, 남들은 그걸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지."
그가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부인이 나를 알아준다면, 난 그것으로 충분하오."
그의 품에 안긴 나는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졌다.
어쩌면, 이 남자는 정말로 내가 평생 기댈 만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튿날, 나는 궁에 들어가 폐하를 뵙고, 도 승상이 자객을 보내 해하려 했다고 아뢰였다.
폐하께서는 크게 노하시어, 즉시 도부를 조사하라고 명하셨다.
그 결과, 자객을 보낸 일 외에도 수많은 죄증이 드러났다.
군향 횡령, 붕당 조성, 인명을 함부로 다룬 일...
하나하나가 철저한 증거였다.
도 승상은 하옥되었고, 도가는 몰락했다. 도남현은 파직되어 조사받게 되었고, 도남준은 이미 소가에 입부하였기에 화를 면했지만, 그 후 소부에서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았다.
소연희의 경우, 그녀의 뱃속 아이는 역시 도남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 것이 들통나, 물에 빠져 죽었다.
이 모든 것은 내 계획대로였다.
유일하게 내 예상을 벗어난 것은, 염준호였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인장을 내밀었다.
"이건 무엇이오?"
"취향루와 천금각, 그리고 강남 모든 재산의 인장이오."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소민정, 내가 말했소. 일 년이 차면, 천하와 내가 모두 당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아직 일 년이 채 안 되었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소."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부터 내 모든 것은 모두 당신의 것이오."
나는 인장을 받아 들고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염준호, 나 소민정은 남의 시혜를 받는 법이 없소."
"이건 시혜가 아니오."
그가 일어섰다.
"혼수요."
"혼수?"
"맞소. 내 모든 것으로, 그대를 진정한 부인으로 맞이하겠소. 일 년이 아니라, 평생이오."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인장을 그의 손에 도로 쥐여 주었다.
"그러나 이건 도로 넣어 두오."
"부인, 받지 않으시겠소?"
"받을 것이오."
나는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허나 당신이 진정으로 천하를 얻는 그날, 다시 내게 주시오."
그가 멈칫하다가, 더 깊게 입맞춤했다.
"좋소, 약속하오."
창밖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도성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제9화
도가가 몰락한 후, 북방 군권이 공석이 되었다.
조정 안팎의 여러 세력이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켰다. 아버지께서는 독은 풀리셨지만, 이미 '별세'했다는 소식이 퍼져 다시 복직하실 수 없었다.
"부인은 북방 군권을 원하시오?"
"원하오."
"무슨 까닭이오?"
염준호가 물었다.
"부인은 여자로서, 군권으로 무엇을 하시려는 것이오?"
나는 북쪽을 바라보았다.
"외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소. 천하의 혼란은 병권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고. 여자라고 해서 무엇이 다르겠소? 여자라고 병사를 거느릴 수 없다는 법이 어디 있소?"
"할 수 있소."
그가 웃었다.
"그러나 아깝소."
"무엇이 아깝단 말이오?"
"당신이 전장에 나가는 것이 아깝소."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칼날은 무정하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찌하겠소?"
"염준호."
나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그대와 혼인했는지 아시오?"
"왜요?"
"그대가 말했소.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같은 부류라면 나를 이해할 줄 알았소."
그가 침묵했다.
"북방 군권은 반드시 내가 차지하겠소."
나는 단호히 말했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막을 수 없을 줄 알았소.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소."
"말하시오."
"내가 함께 하겠소."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병사를 거느리고, 나는 재물을 챙기겠소. 당신이 전장을 누비면, 내가 후방을 지키겠소. 우리 부부가 마음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오."
나는 웃었다.
"좋소."
북방 군권을 차지하려면, 세 관문을 넘어야 했다.
첫째는 폐하, 둘째는 병부, 셋째는 북방 장수들이었다.
폐하의 관문이 가장 어려웠다. 폐하께서는 본래 여자가 정사에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고, 하물며 병사를 거느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염준호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폐하께서 요즘 동궁의 일로 골치를 앓고 계시오."
그가 말했다.
"태자는 세력이 약하고, 삼 황자는 오히려 세력이 강하니, 폐하께서는 균형을 잡을 또 다른 세력이 필요하시오."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폐하께서 그 또 다른 세력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하오."
"나 말이오?"
"북방 군권을 쥐고, 진북 장군부의 후예이고, 폐하의 친조카와 혼인한 당신이라면 안성맞춤이오."
염준호가 눈짓했다.
"폐하께서 나를 신뢰하시니, 당연히 당신도 신뢰하실 것이오."
"폐하께서 당신을 신뢰하신다고 확신하오?"
"확신하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폐하께서 도성에 심어 둔 눈이기 때문이오."
나는 깜짝 놀랐다.
"당신은 폐하의 사람이었소?"
"그렇지 않았다면, 내 한량 소문이 어찌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있었겠소?"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폐하께서는 각파의 동향을 감시할 사람이 필요하셨소. 내 아버지는 폐하의 옛 부하였고, 나는 자연히 가장 좋은 선택이 되었소."
그제야 알았다.
"그러니 부인, 나와 혼인하신 것은 참 잘한 선택이었소."
"그렇게 되길 바라오."
염준호의 주선 덕분에, 폐하께서 곧 조서를 내리셨다. 나를 북방 부장으로 임명하고, 군무를 대리하게 하셨다.
조정 안팎이 술렁였다.
여자가 병사를 거느리는 일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조서를 받자마자, 나는 병사를 이끌고 북쪽으로 떠났다.
염준호가 정자에서 나를 배웅했다.
"부인, 이 길은 험난할 것이오. 몸조심하시오."
"걱정하지 마오."
"도성에서 기다리겠소."
그가 내게 비단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위급할 때 열어 보시오."
"무엇이 들었소?"
"비밀이오."
나는 주머니를 잘 간직하고 말에 올랐다.
"염준호, 일 년 후 내가 돌아왔을 때, 그대의 마음이 변치 않았다면, 우리는 진짜 부부가 됩시다."
그가 웃었다. 눈가가 붉어질 정도로 활짝 웃었다.
"좋소, 기다리겠소."
대군이 행군을 시작했다. 군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나는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자 아래 서 있었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나는 문득 마음 한편이 허전해졌다.
제10화
북방은 땅이 척박하고 모래바람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내가 도착했을 무렵, 조산하가 군사를 이끌고 마중을 나왔다.
"소 부장님을 뵙겠습니다!"
그는 건장한 사내였다. 수염이 자욱했지만, 눈빛은 맑았다.
"조 장군, 예의를 차릴 필요 없소."
내가 말에서 내려 그를 일으켰다.
"앞으로 장군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이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장이 어찌 감히..."
그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가씨께서 드디어 오셨군요. 병사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장막 안에서, 나는 장수들을 소집했다. 장수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가지각색이었다. 호기심, 경멸, 탐색이 섞여 있었다.
"나는 여러분이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소. ."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 여자가 대체 무엇으로 부장이 되었느냐고 불만이 있을 것이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바로 이걸로 말이오."
나는 도 승상의 죄증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억울하게 죽은 병사들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소."
군향이 약탈당하여 얼어 죽고 굶어 죽은 북방 병사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원한은 그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소 장군."
누군가 입을 열었다.
"정말 저희를 위해 원한을 풀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오."
나는 단호히 말했다.
"단, 당신들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게 조건이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오늘부터 군무를 정비하고, 간첩을 색출하겠소."
나는 조산하를 바라보았다.
"조 장군, 군중에 도가 사람이 있소?"
"있습니다."
그가 솔직히 말했다.
"군량관 도사해는 도 승상의 먼 친척 조카입니다."
"잡아들여라."
도사해는 묶여 끌려올 때까지도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도가 사람이오! 감히 나를 건드리겠소?"
"도가?"
나는 비웃었다.
"도 승상은 이미 하옥되었고, 도가는 이미 망했소."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끌어내라. 목을 베라."
칼이 떨어지자, 피가 튀었다.
장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 여자는, 놀러 온 게 아니었다.
목숨을 걸러 온 것이었다.
군중은 곧 정비되었다. 나는 매일 훈련을 지휘했고, 병사들과 함께 먹고 함께 잤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나도 할 수 있었고, 그들이 할 수 없는 것도 나는 할 수 있었다.
보름 후, 군중에서 더 이상 불만을 품은 자는 없었다.
조산하가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병사들이 이제 진심으로 아가씨를 따릅니다."
"알고 있소."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기다리는 것이오."
"무엇을 기다리시는 겁니까?"
"외적이 쳐들어오기를."
북방 맞은편에는 외적 부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마다 가을과 겨울이면 남쪽으로 내려와 약탈을 일삼았다. 올해는 군향이 약탈되어 우리가 힘이 빠졌다고 생각할 것이니, 반드시 대대적으로 쳐들어올 것이다.
과연, 열흘 후 변방에서 급보가 날아들었다. 외적 이십만 대군이 성 아래까지 이르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