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대신 6년을 아파준 내가 이번엔 목숨까지 내놓았다

GoodNovel 완결

나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내 몸에 통증 전이 시스템을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백색증인 형은 어떤 빛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의사는 형이 16살까지만 살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형은 원래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꾸 몰래 밖으로 나갔고, 결국 온몸이 짓무르고 말았다. 아빠는 밤낮없이 돈을 벌었고, 마침내 거금을 들여서 나와 형에게 통증 전이 팔찌 두 개를 사 주었다. 6년 동안 형이 햇빛에 노출되면서 겪은 고통이 모두 내게 전이됐다. 엄마는 늘 나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상처를 치료해 주며 말했다. “진호야, 미안해. 엄마는 그저 네 형이 남은 날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서 그래.” 그런데 섣달그믐날,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외출했다. 하필 그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내 온몸에 물집이 돋아났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아프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형이 전이 팔찌를 잡아 뜯으며 울부짖었다. “아파? 네가 아프면 전이하지 마! 그냥 내가 아파서 죽어버리면 되잖아!” “어차피 나는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일찍 죽든 늦게 죽든 똑같잖아!” 순식간에 형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정신을 잃었다. 엄마는 나를 거칠게 밀치면서 넘어뜨렸다. “네 형은 이렇게 오랫동안 아파하면서도 한 번도 아프다고 소리친 적이 없어! 그런데 너는 겨우 6년 동안 통증을 전이받았다고 못 견디는 거니?” “네 형은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엄마는 그저 형이 남은 몇 년이라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 것뿐인데, 그게 잘못이야?” 아빠가 형을 품에 안아 올리면서 말했다. “아빠도 네가 아픈 건 마음이 아파. 하지만 통증은 친형제끼리만 전이할 수 있어...”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전이 팔찌를 주웠다. 팔찌 위에 한 줄의 문구가 떠올랐다. [상대방에게 수명을 전이할 수 있는데, 하시겠습니까? ]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확인’을 눌렀다.

챕터 (1)

第1章

나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내 몸에 통증 전이 시스템을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백색증인 형은 어떤 빛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의사는 형이 16살까지만 살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형은 원래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꾸 몰래 밖으로 나갔고, 결국 온몸이 짓무르고 말았다. 아빠는 밤낮없이 돈을 벌었고, 마침내 거금을 들여서 나와 형에게 통증 전이 팔찌 두 개를 사 주었다. 6년 동안 형이 햇빛에 노출되면서 겪은 고통이 모두 내게 전이됐다. 엄마는 늘 나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상처를 치료해 주며 말했다. “진호야, 미안해. 엄마는 그저 네 형이 남은 날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서 그래.” 그런데 섣달그믐날,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외출했다. 하필 그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내 온몸에 물집이 돋아났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아프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형이 전이 팔찌를 잡아 뜯으며 울부짖었다. “아파? 네가 아프면 전이하지 마! 그냥 내가 아파서 죽어버리면 되잖아!” “어차피 나는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일찍 죽든 늦게 죽든 똑같잖아!” 순식간에 형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정신을 잃었다. 엄마는 나를 거칠게 밀치면서 넘어뜨렸다. “네 형은 이렇게 오랫동안 아파하면서도 한 번도 아프다고 소리친 적이 없어! 그런데 너는 겨우 6년 동안 통증을 전이받았다고 못 견디는 거니?” “네 형은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엄마는 그저 형이 남은 몇 년이라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 것뿐인데, 그게 잘못이야?” 아빠가 형을 품에 안아 올리면서 말했다. “아빠도 네가 아픈 건 마음이 아파. 하지만 통증은 친형제끼리만 전이할 수 있어...”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전이 팔찌를 주웠다. 팔찌 위에 한 줄의 문구가 떠올랐다. [상대방에게 수명을 전이할 수 있는데, 하시겠습니까? ]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확인’을 눌렀다. 제1화 나는 현관 앞에서 2시간 동안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온몸의 물집은 터졌다가 다시 생기기를 반복했고, 진물이 옷에 달라붙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상처가 당기면서 온몸이 쑤실 만큼 아팠다. 엄마 아빠가 드디어 돌아왔다. 두툼하게 감싸인 채 아빠에게 안긴 형은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졌다. 엄마는 곧장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만족해?” 엄마는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팠다. “의사 선생님이 네 형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서 16살도 못 넘길지 모른대!” 내 귀가 울렸고, 얼굴이 금세 부어올랐다. 나는 멍해져서 무심코 입을 열려고 했다. ‘아니야. 형은 오래오래 살 거야. 내 목숨을 형에게 줬으니까!’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형이 갑자기 몸부림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가족사진을 낚아채더니,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손톱으로 뜯어냈다. “이제 만족해?!” 형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고, 눈물이 얼굴의 연고와 섞여서 흘렀다. “내가 죽으면 네가 엄마 아빠의 하나뿐인 아들이 되는 거잖아!” “그럼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영원히 너만 바라보고 살겠네? 그렇지?” “아니야. 나는...” 나는 형에게 다가가 손목에 찬 생명 팔찌를 건네려고 했다. “형, 빨리 이거 차. 미안해...” “진호는 이제 아픈 것도 안 무서울 거야.” “오지 마!” 형은 찢어진 사진을 나에게 던졌다. “난 네가 싫어!” “난 다 싫다고!”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데?” 엄마가 형을 꼭 끌어안으며 울먹였다.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어.”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살릴 거야.” 아빠는 손에 든 팔찌를 받아 들었다. 지친 얼굴로 미간을 꾹 누르더니 나를 바라봤다. “진호야, 옆집 아주머니 댁에 잠깐 가 있어.” 말투에는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형이 지금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니까, 너는 일단 나가 있어.” 나는 익숙하게 옆집 문을 두드렸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J시에서 유명한 전문가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그날 밤 바로 형을 데리고 떠났다. 나는 학교가 끝난 뒤 현관 앞에서 날이 저물도록 기다렸다. 추위에 떨다 열이 40도까지 올랐고, 결국 옆집 아주머니가 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지난번에는 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엄마 아빠에게 말하려고 했다. “엄마 아빠, 안 와도 돼. 진호 혼자 있어도 괜찮아.” 그런데 형이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일부러 자랑하는 거지?” “나는 학교도 못 가는데!” 그리고 나는 지금처럼 또 이 집의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옆집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한숨을 쉬더니 나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서진아, 구급상자 가져와!” 아주머니의 딸 서진 누나가 방에서 뛰어나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호야?” “너... 또 쫓겨난 거야?” 서진이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네 부모님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저 호준이밖에 없잖아!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나는 곧바로 반박했다. “형이 아프잖아요. 우리 모두 형을 돌봐야 해요! 그리고...” 나는 더러워진 소매를 걷어 올려서, 새로 생긴 상처와 오래된 상처가 겹겹이 남은 물집과 짓무른 상처를 보여 주었다. “봐요.” “형이 아파야 할 게 내 몸으로 옮겨온 거예요.” “이거 전부 엄마가 직접 치료해 준 거예요!” “엄마는 절대 편애하지 않아요! 내가 조금 아픈 건 괜찮아요. 형이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요.” 서진 누나는 내 팔의 상처를 보고는 그저 고개만 저었다. 그때 아주머니가 약을 들고 돌아왔다. 크고 따뜻한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의 손과 닮았지만 느낌이 또 달랐다. 엄마의 손도 따뜻했지만, 늘 어딘가 다급한 느낌이 묻어 있었다. 제2화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을 때, 아빠가 마침내 나를 데리러 왔다. 아빠는 내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내 방은 작은 창고였고,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집 안은 형의 치료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게 남은 방은 이 작은 공간 하나뿐이었다. 형을 치료하느라 돈을 전부 써버려서 난방이 들어오는 곳도 형의 방 하나뿐이었다. 나는 작은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옆집 아주머니가 내게 준 온기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때 형 방에서 엄마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준아, 착하지. 약 먹으면 금방 나을 거야.” “넌 엄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내 목숨을 준다고 해도 엄마는 꼭 너를 살릴 거야.” 이어서 아빠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무서워하지 마.” “아빠랑 엄마가 여기 있잖아.” 나는 침대에 웅크린 채 엄마와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었다.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입안으로 들어왔다. 씁쓸했다. 손목에 찬 생명 팔찌에 숫자 하나가 떠올랐다. [12시간.]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다행이야. 형은 곧 100살까지 살 수 있겠어!’ ... 내가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꿈속은 아주 따뜻했고, 엄마에게 온전히 안긴 것 같았다. 그런데 눈을 뜨자 온몸이 찢겨 나간 것처럼 아팠다. 새로운 상처가 곳곳에 생겨 있었고, 진물이 배어 나온 상처가 옷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아래층에서 엄마 아빠가 형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 사람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햇빛을 받은 형의 새하얀 머리카락과 속눈썹은 정말 동화 속 왕자님처럼 눈부셨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피가 배어 나오는 내 몸의 상처를 바라봤다. 마치 눈사람의 차가운 손이 심장이 있는 곳을 꽉 움켜쥔 것처럼 서늘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다짐했다. ‘진호는 아프지 않아.’ ‘진호는 아픈 거 하나도 안 무서워.’ 나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허둥지둥 솜옷을 걸쳤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나를 보자 형의 눈이 반짝거렸다. 어제 그렇게 무너져 울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표정이었다. “진호야, 빨리 와!” “우리 눈사람 만드는 거 도와줘!” 아빠가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 “진호 왔네.” “마침 잘됐어. 형이랑 조금 놀아주고 있어.” “아빠랑 엄마는 올라가서 밥할게. 형 먹을 국도 끓여야 하니까.” 엄마도 내게 당부했다. “형 잘 돌봐.” 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내가 형을 꼭 지킬게!” 두 사람은 그렇게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형은 신이 난 얼굴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햇살이 형의 몸을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형이 받아야 할 고통이 전부 내 몸으로 옮겨왔다. 팔의 피부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따끔거렸다. 그런데도 나는 행복했다. “야! 저기 흰머리 괴물 좀 봐!” 그때 몇 명의 남자아이들이 지나가다가 형을 가리키며 웃었다. 형의 웃음이 굳어지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는 곧바로 그 앞을 막아서며 두 팔을 벌렸다. “비켜! 우리 형 괴롭히지 마!” “너 뭐야? 꺼져!” 앞장선 남자아이가 나를 거칠게 밀쳤다. 나는 눈밭에 강하게 넘어졌다. 무릎은 돌에 부딪혀서 피가 흘렀다. 아이들은 그 틈을 타 형을 둘러싸고 손을 뻗어서 형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와! 진짜 하얗다!” “괴물이네! 진짜 괴물이야!” “우리 형 놔줘!” 나는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형이 울부짖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꺼져! 다 꺼져!” 그 순간 엄마의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찢었다. 엄마는 아래로 달려와 그 남자아이들을 거칠게 밀쳐냈다. 그리고 울고 있는 형을 품에 꼭 끌어안아서 빈틈없이 감쌌다. 아이들은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엄마는 온몸을 떨며 형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호준아, 괜찮아? 어디 아픈 데 없어?” “아프면 엄마한테 말해.” 형은 그저 흐느끼기만 했다. 엄마는 곧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진호야!” 엄마는 몇 걸음 만에 내 앞으로 달려왔다. “내가 형 잘 돌보라고 했지!” “그런데 너는 옆에서 보고만 있었어?!” “형이 괴롭힘을 당하는데 넌 대체 뭘 하고 있었어?!” 제3화 나는 피가 흐르는 무릎을 감싸 쥐고 설명하려고 했다. “엄마, 나 밀려서 넘어졌어.” “무릎에서 피가 나서 일어날 수가...” “닥쳐!” 엄마는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 팔을 꽉 붙잡으면서 나를 거의 들어 올리다시피 했다. “피가 난다고?” “네가 피 좀 난 게 뭐가 중요해!” “방금 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형이 놀라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감당할 수 있어?!” 그때 아빠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빠는 굳은 표정으로 형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형을 달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내 팔을 붙잡은 채 나를 질질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소란을 들은 옆집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나를 보자 깜짝 놀랐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애가 이제 겨우 6살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하지만 엄마는 곧바로 아주머니를 막았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방금 저 애가 호준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뻔히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 애는 호준이가 빨리 죽기만을 바라는 거예요!” 아주머니가 입을 열면서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웃어 보였다. “아주머니, 진호가 잘못한 거예요.” “제가 형을 지켜주지 못했어요...” 엄마는 그대로 나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너는 여기서 꼼짝 말고 반성해!” 엄마는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한 마디씩 얼음송곳처럼 내리꽂았다. “너는 네 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는 거지? 형이 빨리 죽어서 너 혼자 엄마 아빠를 독차지하고 싶은 거지?” “아니야!” “난 정말...” 쾅! 문이 거칠게 닫혔다. 순식간에 어둠과 추위가 나를 집어삼켰다. 무릎의 피는 이미 굳어서 바짓단과 함께 얼어붙었고, 숨을 쉴 때마다 온몸의 상처가 당겼다. 이 죽을 듯한 추위와 적막 속에서, 갑자기 손목의 생명 팔찌가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 위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그리고 수많은 장면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엄마는 나를 부드럽게 안고 있었지만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우리 진호, 너는 엄마의 천사야.” “형을 구해주려고 온 거야...” 아빠는 눈시울을 붉힌 채 내 손목에 생명 팔찌를 채웠다. 그 순간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부모님은 차마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처음으로 형이 몰래 베란다로 나가 팔에 햇빛을 쬐었을 때, 나는 바닥에서 블록을 갖고 놀고 있었다. 팔의 피부가 갑자기 짓무르면서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달려와 약을 발라주면서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불어줄게. 그러면 안 아플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는 아픔을 참는 법을 배웠다. 다시는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았고, 다시는 울지 않았다. 엄마도 더 이상 나를 안고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고, 나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온몸을 짓누르던 통증이 사라져 있었다. ‘나... 죽은 건가?’ ‘수명 전이가... 성공했다!’ 엄청난 기쁨에 나는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것 같았다. ‘나 죽었어! 정말로 내 목숨을 형에게 줬어! 이제 형은 살 수 있어!’ 나는 흥분해서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 엄청난 소식을 엄마에게 알려주려고 방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문고리에 손을 대는 순간, 내 손은 그대로 문을 통과해 버렸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드디어 오셨네요! 오는 길에 많이 추우셨죠?” “아이고, 우리 호준이! 할머니가 어디 살 빠졌나 한번 볼까?” 할머니였다! 나는 다급하게 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갔다. 형은 새 옷을 차려입은 채 할머니 품에 기대어 있었다. 고모는 탁자 위에 과일을 꺼내 놓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새해 첫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머니가 두툼한 세뱃돈 봉투 하나를 꺼냈다. “호준아, 이거 받아.” “우리 호준이, 올해도 무사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야지.”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엄마에게 물었다. “진호는?” “우리 진호는 어디 있어?” “우리 진호도 세뱃돈 받아야지.” 제4화 엄마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고는 내가 있는 방의 닫힌 문을 가리켰다. “방에 있어요. 이 녀석이 지금 삐쳐서 그래요.” 엄마는 목소리를 높였다. “진호야, 나와! 오늘은 새해 첫날이니까 엄마가 혼내지 않을게.” 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고 싶었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이제 하나도 안 아파! 형 병도 다 나았어!’ 하지만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방 안에는 아직도 어린 내가 차가운 바닥에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엄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강진호, 못 들었어? 나오라고!” 형도 할머니 품에서 내려와 닫힌 방문 앞에 섰다. “진호야, 빨리 나와. 형이 너 안 미워할게. 할머니도 너 보고 싶대.” 엄마는 잠시 기다렸다. 그러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됐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갈수록 철이 없어지네. 다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래요.” 할머니가 닫힌 방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얼마나 착하고 말도 잘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호준이가 저렇게 아픈데 조금은 이해해 줘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 할머니도 나에게 실망한 걸까? 예전에는 내 몸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몰래 눈물을 훔치면서 엄마와 아빠에게 말했다. “이러면 안 돼. 진호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 그런데 지금은... ‘다 내 탓이야. 내가 형을 지켜주지 못했어. 그래서 형이 괴롭힘까지 당했어.’ 나는 달려가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릴 때처럼 그녀의 무릎에 엎드려서 말하고 싶었다. ‘할머니, 나 말 안 들은 거 아니야! 나는... 그냥 형한테 내 목숨을 준 거야! 형이 살기를 바랐을 뿐이야!’ 하지만 나는 할머니를 만질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다시 한숨을 쉬며 형의 손을 잡았다. “호준아... 우리 호준아, 잘 지내야 한다...” 갑자기 할머니의 시선이 형의 손목에 찬 생명 팔찌에 멈췄다. “호준아, 이 생명 팔찌가 왜 이렇게 반짝거려?” 내 영혼이 흥분으로 떨렸다. ‘할머니가 보셨어!’ 이건 수명 전이가 성공했다는 증거였다. ‘빨리 알아봐 줘! 형이 이제 100살까지 살 수 있다는 걸 알아봐 줘!’ ‘그러면 다들 기뻐할 거잖아! 새해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잖아!’ 하지만 아빠는 그저 힐끗 보면서 말했다. “그냥 데이터 업데이트 중인 거예요. 정상이에요.” 아빠는 외투를 챙기며 말했다. “엄마, 누나, 가요. 식당 예약해 놨어요. 오늘은 밖에서 저녁 먹으면서 분위기도 내죠.” “그럼 진호는...” 고모가 잠시 망설였다. “내버려둬요.” 엄마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한 끼 굶기면 알아서 나올 거예요. 그냥 가요.” 나도 따라갔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었지만, 나 역시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이미 친척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어머, 호준이 왔네! 이리 와 봐. 큰이모가 우리 호준이 얼굴 좀 보자!” “호준이 안색이 훨씬 좋아졌네! 정말 다행이다. 하늘이 도왔나 보다!” 친척들의 인사가 쏟아지며 형을 둘러쌌다. 나는 친척들 사이를 떠다녔지만, 누구 하나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종업원이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고, 친척들은 웃고 떠들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바로 그때, 아빠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 선생님 맞으시죠? 생명 팔찌 기술 지원팀입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고객님께서 구매하신 수명 전이 팔찌가 완전히 작동을 멈췄습니다. 원인은...] 아빠는 뒤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고 형에게 달려갔다. 완전히 작동을 멈췄다는 말이 모든 사람의 귀에 꽂혔다. 엄마가 거의 달려들 듯이 형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호준아, 괜찮아? 어디 아픈 데 없어?” 아빠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형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엄마가 갑자기 아빠를 돌아봤다. “진호야! 분명히 진호야! 그 애가 팔찌를 망가뜨린 거야! 호준이를 죽이려고 한 거라고!” “어쩜 그렇게 독할 수가 있어? 정말 키운 보람도 없어!” 주변 친척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진호 그 아이... 평소엔 꽤 얌전해 보였는데...” “6살이면 철이 들 나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막 나갈 수 있어!” 이 말들이 내 마음에 꽂혔다. 햇빛에 온몸이 타들어 갈 때보다 훨씬 더 아팠다. ‘나 정말 아니야... 내가 팔찌를 망가뜨린 게 아니야.’ ‘나는 그냥... 내 목숨을 형한테 준 것뿐이야...’ “빨리 집에 가자!” 엄마는 형을 품에 안은 채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진호가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내가 직접 보겠어!” 아빠도 굳은 얼굴로 외투를 챙겨 따라나섰다. 나는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떠다니며, 그들이 다급하게 식당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내 방문 앞으로 달려가 망설임 없이 발을 들었다. 쾅! 내 방문이 엄마에게 걷어차이면서 열렸다. 나는 다급하게 엄마를 막아 세우고 싶었다. ‘엄마, 들어오지 마!’ ‘내 모습을 보면 놀랄 거야! 형도 무서워할 거야!’ 하지만 엄마는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실려 있었다. “진호야! 너는 형을 죽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거야? 도대체...” 하지만 엄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진... 진호야...” “너 왜 그래?”

More GoodNovel Novels